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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사냥꾼과 옷을 바꾸는 석가보살

제석천 도움으로 수행자의 가사 구해

 

▲간다라, 2~3세기 경, 스와트박물관, 파키스탄

 

 

출가를 결행한 싯다르타 태자는 부처님이 되기 위한 보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성을 떠날 때 동행했던 마부 찬나와 애마 깐타까와의 이별이 다가왔다. 그들과 이별하기 전에 보살은 태자로서의 위엄의 상징이었던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랐다.


보살은 수염과 머리칼은 깎았으나 몸에는 여전히 궁에서 입던 보배로 장식된 옷이 걸쳐져 있음을 깨달았다. “집을 떠난 이의 옷으로서는 적당하지 않구나.” 그때 마침 제석천은 가사를 입고 손에 활과 화살을 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해 보살 앞에 나타났다.


보살은 사냥꾼에게 “그대가 입은 옷은 옛날 모든 부처님들께서 입던 것인데, 무엇 때문에 이것을 입고 사냥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사냥꾼은 “가사를 입고 있으면 사슴이 와서 나를 가까이하니, 나는 쉽게 사슴을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오.”라고 대답했다.


보살은 다시 사냥꾼에게 말했다. “그대가 가사를 입는 것은 살해를 위한 목적이지만, 내가 그것을 입는 것은 오직 해탈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가사와 내가 입던 옷을 바꾸지 않겠소?” 사냥꾼이 대답했다. “저의 하찮은 옷을 그대의 것과 기꺼이 바꾸겠소.”


사냥꾼이 입던 가사와 태자가 입던 비단옷을 서로 바꾸자 정거천은 신통력으로 본래의 형상을 되찾은 후, 다시 하늘 세계로 돌아갔다. 보살은 이 광경을 보고 가사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가사를 입은 보살은 “나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출가를 하게 되었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스와트박물관에 소장된 ‘사냥꾼과 옷을 바꾸는 석가보살’ 불전도는, 옷을 손에 든 보살과 사냥꾼이 중앙에 표현되어 있다. 보살은 위대한 인물을 상징하는 둥근 두광(頭光)을 하고, 상체에 걸쳤던 옷을 벗어 사냥꾼과 교환하고 있다. 아마도 위에 걸쳤던 숄 같은 비단 옷으로 여겨진다.


사냥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같은 인물이 세 번에 걸쳐 표현되었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무릎 위로 오는 짧은 치마를 입은 이들은 같은 인물로, 시간 차를 두고 동일인을 반복해서 표현하던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으로 나타냈다. 어깨에 사슴을 둘러 메고 있는 인물을 통해 사냥꾼임을 알아볼 수 있다.
 

▲유근자 박사
간다라 불전도의 큰 특징은 늘 부처님 곁에 손에 금강저(金剛杵, Vajra)를 든 금강역사가 호위하는 것이다. 금강역사는 사냥꾼처럼 짧은 치마를 입고 왼손에 금강저를 든채, 보살을 뒤에서 수호하고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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