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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금빛 아미타불 형상은 우리 마음의 본래 모습

 

▲보선 스님

 

 

오늘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 아미타삼존불의 개금불사 회향을 맞아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사부대중 여러분, 참으로 장하십니다. 극락전은 서방 극락정토에 계신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전각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의 다른 이름은 ‘무량수불(無量壽佛)’ 또는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고도 합니다. 서방 극락정토에 계시며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푸는 부처님으로서 그 자비광명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한량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부처님을 모신 전각엔 행복이 흘러 넘치기에 극락전이라 합니다. 아미타부처님께서는 성불하기 전 법장이라는 이름의 비구로 수행하며 48가지의 큰 원력[四十八大願]을 세웠는데, 그 중 한 가지 서원으로 ‘부처가 되면 나를 믿고 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내가 건설한 정토에 태어나 열반에 이를 때까지 복을 누리며 살게 하겠다’고 맹세하셨습니다. 그 원력 덕분에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사람은 누구나 극락정토에 태어나 열반에 이르도록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 즉 일심으로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부를 때 그 이름은 바로 여러분의 이름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 개금불사를 회향하는 아미타부처님상은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부처님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놓은 것입니다. 즉 상징인 것입니다. 여러분 마음을 상징으로 조성해 놓고 예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마음은 저 부처님같이 자비롭고 덕성스럽고 지혜롭습니다. 본래 그것이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그 세계가 곧 진리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말로만 설명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본래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자비와 덕과 지혜와 광명이 있습니다. 그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상징을 만들고 눈에 보이도록 표현한 것이 부처님상입니다. 나무나 쇠나 종이로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해 놓고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부처님과 같이 되기 위해 수행정진하기 위함입니다.


자비·지혜·덕이 구족한 존재


무위사 극락전에 모셔진 아미타부처님 역시 여러분 마음 가운데 있는 부처님을 표현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미타부처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미타부처님을 향한 마음, 한량없는 자비와 지혜를 향해 일심이 됐을 때 여러분 스스로는 곧 아미타부처님이며 여러분의 세계는 극락정토인 것입니다. 그 세계에는 고통도 없고 어려움도 없고 늙고 죽음도 없으며 병들고 아픔도 없습니다. 평화롭고 안락한 세계입니다. 그 세계에 다가가기 위해 일심으로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그 수행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 오신 여러 수행이 곧 그 방법입니다. 염불, 진언, 절, 참선, 육바라밀 어느 것이든 지금까지 자신이 해오던 수행의 방법대로 각자의 근기에 맞춰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여러분 모두는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은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나는 고통 받고, 불행하고, 어리석은 중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은 다 행복하고 지혜로운 것 같은데 자신만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잘 몰라서 하는 생각입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면 그런 생각이 들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분을 유혹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돈이나 명예, 권력 뿐만이 아닙니다. 예쁜 것이 유혹하기에 몸에 칼을 대고 성형을 합니다. 좋은 옷이 유혹해서 허세를 부립니다. 맛있는 것이 유혹을 하니 과소비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또 다시 돈을 탐하게 되고 나쁜짓,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또는 무엇을 믿으면 잘된다고 하니 맹목적인 믿음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 여러분은 그 많은 유혹을 다 뿌리치고 이 자리에 와 계신 것입니다. 여러분이 비록 기억을 못할지라도 세세생생 진리의 법을 공부해 왔기에 이런 온갖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이 자리에 와 계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복되고 지혜로운 사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여러분 스스로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결코 알 수 없습니다. 나 스스로가 행복하고 복된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는 방법이 수행입니다. 염불을 하거나 참선을 하거나 절을 하는 것이 곧 스스로가 행복한 존재임을 알아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염불할 때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염송합니다. 이때 ‘나무’는 범어로 귀의하다, 의지하다라는 뜻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면 ‘아미타불에게 귀의합니다, 의지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즉 아미타불을 염송할 때는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떠올리며 아미타불에게 의지하고 귀의한다는 한 마음으로 염송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심으로 염송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아미타불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내 가족이 아미타불이 되고, 내 이웃이 아미타불이 되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미타불이 됩니다. 심지어는 모든 동물, 모든 식물, 바람, 햇빛까지도 모두 아미타불이 됩니다. 삼라만상이 모두 아미타불이고 세상이 아미타불로 가득차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삼매라고 합니다. 그 때가 되면 여러분 스스로도 아미타불이 됩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지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알게 되면 이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여러분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고통이나 슬픔, 어려움이 여러분을 휘두르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아미타불과 하나가 되고 이 세상이 아미타불로 가득하면 모든 것이 그 한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마음이 그대로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 경지에서는 비록 죽음이라 해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할 때는 귀로 그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떠올리며 집중해야 합니다. 소리를 내어 염송해서 그 소리를 귀로 듣게 되면 집중하는데 더욱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때 텔레비전을 틀어 놓거나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매우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마음이 집중 못하고 흩어져 있기 때문에 공부한 것이 올곧게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또 이렇게 마음이 흩어져있는 상태가 습관이 되면 정서적으로도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현대인들이 각종 정신 관련 질환에 시달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수많은 소리와 이미지 등에 늘 노출되면서 마음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절에서는 언제나 마음을 고요히 둘 것, 한 마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심이 안 되기 때문에, 들리면 들리는 데로, 만지면 만지는 데로, 부르면 부르는 데로 왔다 갔다 하며 흔들립니다.


세상에 많은 학자, 예술인, 사상가들이 이룩해 놓은 학문과 예술, 철학들은 모두 일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고 하나에 몰입함으로써 지혜가 발현되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들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유혹에 끌려가면 마음 잃어버려


그래서 요즘에는 학교나 대기업 등에서도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법,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절에 올 때마다 스님들에게 마음공부에 관한 말씀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쉽게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텔레비전에 나오는 말을 더 잘 믿지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화면, 소리는 허상인데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진리와 자비, 광명으로 가득 찬 존재입니다.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이 자리에 와서 공부하는 것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행은 여러분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본래의 자신, 본래의 이 마음이 무엇인지 끝없이 생각하고 찾아가는 길입니다.


오늘 아미타부처님을 새로 모시고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했으면 끝까지 밀고나가야 합니다. 좋은 것을 보면 웃고, 나쁜 것을 보면 찡그리는 이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 생각이 점점 깊어져 생각과 의심이 가득 차게 될 때까지 정진해야 합니다. 중간에 그만 두면 안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아미타부처님이 계시고 그 마음을 표현해 놓은 것이 지금 여러분 앞에 계신 아미타부처님입니다. 이는 곧 그 본래의 마음을 찾겠다는 결심의 표현입니다. 여러분 마음 속에 그런 결심이 싹텄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복덕은 한량이 없습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아미타부처님을 잊지 마시고 수행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그 길은 여러분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여러분의 가족, 여러분의 이웃, 나아가 우리나라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6월30일 강진 무위사(주지 법화 스님)에서 열린 극락보전 아미타삼존불 개금불사 회향 법회에서 조계종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보선 스님
1966년 천운 스님을 은사로 수계했다. 조계종총무원 호법부장, 11·13·14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대흥사 회주이며 15대 중앙종회의원이자 전반기 중앙종회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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