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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 무시하는 행태가 출가자 불신 원인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2.07.13 09:26
  • 수정 2012.07.13 09:32
  • 댓글 0

불교개혁의 키워드 재가불자 - ① 스님 향한 불신·맹목의 이중성

② 불목하니 전락 ‘재가종무원’

③ 사찰운영 아웃사이더 ‘신도’

④ 비판 기능 퇴색 ‘재가단체’

⑤ 멀어진 지계 흔들리는 정체성

⑥ 전문가 대담

 


 

세속화·부족한 소양
스님에 대한 실망으로
 
고급차·사택 제공하는
재가자의 맹목적 추종
스님들 타락 부추겨


“가족들과 들른 식당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스님이 막걸리를 주문하는 모습을 봤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스님에게 민망한 말을 들었다. 마치 희롱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믿고 의지해야 할 스님에게 이런 취급을 받았다면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나.”


지난 6월26일 조계사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6차 야단법석에서 스님들의 범계(犯戒)행위를 비판하는 재가불자들의 항의성 지적이 이어졌다. 비단 이 자리뿐 아니라 그동안 열린 일곱 차례 대화마당에서 그동안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쌓아둔 원성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스님들의 가장 든든한 외호세력으로 믿어왔던 재가불자들이 실상 스님들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표된 각종 통계지표를 보면 이웃종교에 비교해 스님들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지난해 3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스님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불자의 경우 85.5%가 스님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불교사회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한국의 사회문제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스님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5점 만점에 4.0점으로 가톨릭 신부(4.2점)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개신교 목사(3.3점)와는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도박과 몰래카메라, 돈선거 등 세속에 버금가는 승풍실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그동안 묵인해왔던 재가불자들의 속내가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스님을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스님이 스님답지 못하다는 점이다. 하늘과 땅[人天]의 스승으로 세속과는 차별되는 소박하고 자신에게 철저한 삶을 기대했던 재가불자들에게 술과 담배, 육식 등 계율을 무시하는 행태가 스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주된 요인으로 거론됐다.


사회지도자로서 부족한 소양 또한 스님을 불신하게 하는 한 축으로 지적됐다.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대학 진학률은 2007년 기준 82.8%다. 반면 조계종 교육원이 지난 3월 승가교육진흥위원회에 보고한 2001년 이후 출가자 통계를 보면 절반 이상이 고졸에 불과했다. 대졸 이상의 학력 보유자는 30% 수준이었고, 대학원 졸업자는 3% 내외였다. 이미 우리사회가 고학력시대로 접어들어 승가의 위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신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님을 불신하는 이들은 “불자”라고 하면서도 재적사찰을 갖는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개인적 수행에 몰두하거나 불서를 통해 불교를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님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재가불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보다 스님의 한마디에 더 큰 반응을 보인다. 때로는 고급 승용차와 호화 토굴(사택)을 제공하는 등 ‘우리 스님’을 위해서라면 청빈하고 검소한 삶을 강조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일들도 마다 않는다. 일부 사찰의 경우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스님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곳도 있다. 때문에 스님들 사이에서는 “대보살을 잡아야 불사를 한다”는 말마저 공공연하게 회자하고 있다.

 

 

▲ 조계종은 7월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직할교구 하안거 1차 포살법회’를 봉행했다. 스님 400여명은 장궤합장한 채 포살법사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이 설하는 ‘범망경보살계포살본’을 경청했다. 포살본을 펼쳐든 스님들은 하안거 기간 동안 잠시나마 정진을 소홀히 했던 일들을 참회하고 재발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지방의 모 사찰에서는 주지스님이 교체되자 신도들이 스님을 쫓아 사찰을 옮기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사태가 잇따르자 조계종은 지난 3월 퇴임 공찰 주지가 인근에 사설사암을 건립해 공찰신도를 개인 사설사암으로 유도해 공찰의 신도가 줄어들게 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김용숙 아줌마는나라의기둥 대표는 지난 6월6일 열린 2차 야단법석에서 “지금의 불교현실은 재가불자의 책임이 크다. 부처님께서는 자기 자신과 법을 등불로 삼을 것을 강조하셨지만 재가불자들이 스님에게 무작정 의지하고 신행생활을 해온 점을 먼저 참회해야 한다”며 “개인적 욕심에 치우쳐 경쟁적으로 보시한 불자들의 왜곡된 종교관이 스님을 타락의 늪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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