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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대통령 선거

선거 때면 바빠지는 총무원
비밀대담 결코 떳떳지 못해
모든 것 투명해야 신뢰회복
불교아닌 민중아픔 대변해야

올 연말 대선이 가까워오니 조계종 총무원 문지방에 윤기가 돈다. 대통령의 꿈을 품은 잠룡들의 총무원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불교계 지도자에 대한 인사 의미도 있겠지만 속내는 선거 때 표를 달라는 것이다. 2005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교인구는 2500만. 이 중에서 불자가 1073만명이다. 개신교 826만명, 가톨릭 515만명이니 이들 종교보다도 월등히 많다. 정치인들은 표가 탐이 날 것이다. 그렇다고 불자들을 찾아가 일일이 부탁할 수 없으니 총무원을 통해 청와대로 가는 티켓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총무원 발길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정치권과의 만남은 언제나 아픔과 영욕의 역사였다.


불교는 대선 때마다 유독 정치권의 손을 탔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대통령의 꿈을 꾸던 전두환은 1980년 10월27일 군인들을 시켜 군홧발로 법당을 짓밟았다. 불상을 뒤집고 목탁을 쥔 스님들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1987년에는 오히려 일부 권승들이 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현수막을 걸고 법회를 열었다가 종단 분규라는 아픔을 겪었다. 1992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사찰이 검은돈의 세탁장소로 변질되면서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금도 선거철이 되면 뒷거래 냄새 물씬 풍기는 공약 아닌 공약을 들고 총무원을 찾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의식 속에는 총무원과 총무원장 스님만 잡으면 불자들의 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으면 공약은 곧 잊혀진다. 특정종교, 특정개인을 위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항변할 길이 없다. 드러나면 바로 추문이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불교는 노회한 정치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종교가 타락하면 권력이 먼저 얕잡아 본다.


선거를 앞두고 총무원을 찾아오는 정치인들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총무원의 태도는 당당해야 한다. 불교를 위해 무엇을 해달라는 요구는 너무나 비루하다. 기자들을 내 보낸 뒤의 비밀대담도 떳떳하지 못하다. 모든 것은 투명해야 한다. 고통 받는 민중에 대해 이야기하고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종교 지도자로서의 품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 가슴에는 고통 받는 중생에 대한 눈물을 머금어야 한다. 불교적인 행정편의나 현안은 법적 테두리 속에서 실무자와 상의하면 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를 혼동했다. 종단의 지도자가 불교의 현안을 이야기하고 정치인은 당연히 해야 할 것도 마치 선물인양 선심을 썼다. 이제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대선 후보를 놓고 선덕여왕 이후 여왕이 될 사람은 누구라느니, 관상과 사주를 보니 누가 대통령감이라느니 하는 불교의 탈을 쓴 몰지각한 발언에 대해서도 엄한 단속이 필요하다.


서구에서 점차 세력을 잃어가는 가톨릭이 한국에서만은 비약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1985년 186만명에 불과하던 가톨릭 신자는 불과 20년만인 2005년 515만명으로 2.8배가 늘었다. 엄혹했던 시절 민주화를 위해 민중들과 아픔을 함께 했던 선업(善業)의 결과다. 이제는 깨어있는 지성들과 눈물 얼룩진 민초들이 가톨릭의 품에서 함께 꿈을 키우고 있다.


▲김형규 부장
조계종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안으로는 청빈한 수행의 가풍을 확립해야 하고, 밖으로는 고통 받는 중생의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불자들의 표는 종교를 떠나 민초들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후보에게 가야한다. 중국 동진의 여산 혜원 스님이 황제에게도 머리를 숙이지 않았듯이 이번 대선이 불교와 정치권력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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