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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육자(六字)-7

기자명 법보신문

육자는 하나뿐인 ‘천상천하유아독존’
염불하는 것은 ‘다만’ 염불하는 것뿐

우리는 이 육자의 본래 모습을 분별로써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호넨 스님은 염불을 “모양 없는 모양”, “목적 없는 목적”이라고 말했던 것이 아닌가. 보잘 것 없는 지혜로 논해서는 안 된다. 작고 부족한 논리로 옳고 그름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육자는 즉여(卽如)이기 때문에, 그대로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립(二相)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육자는 빈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육자는 그 자체로 육자인 것이다. 오직 하나뿐인 육자이므로 육자는 정히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육자는 자기 스스로에게 있는 것, 자신이 자신을 규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자를 우리의 마음, 우리의 지혜, 우리의 생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육자를 얻는다는 것은 그저 얻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이 이외에 어떻게 육자를 받아들일 길이 있겠는가.


다만 그대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의 마음, 본래의 진실한 마음, 자연의 마음, 법이(法爾)의 마음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도 말한다. 육자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평상(平常)의 사람이지 않으면 안 된다.


호넨 스님이 “일자무식의 우둔한 몸이 되어서”라고 말씀한 것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평상의 마음으로 돌아가서”라는 의미이다. 선종에서는 ‘평상심’을 말하지만, 마음은 같은 것이다. 육자는 아무 것도 갖지 아니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세이잔(西山) 스님이 ‘백목(白木)의 염불’이라 말한 것은 그런 의미이다. 채색되지 않은 흰색의 염불이지 않으면 안 된다. 호넨 스님이 ‘단지 염불할 뿐’이라고 한 것은, 그런 의미이다. 염불하는 것은 다만 염불하는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염불에는 불순한 것이 섞여서는 안 된다. 다만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자면, 모든 대립적인 것(二元)을 씻어버리는 것이다. 염불에는 자아의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된다. 진리 그대로(法爾)의 염불을 자아로써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염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어떤 사람이 구야(空也) 스님에게 여쭈었을 때 “버리는 것이야말로 (염불이지)”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다만’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는 일이다. 완전히 버린 경지에 ‘다만’이 있는 것이다.


조동종에서는 ‘지관타좌(只管打坐)’를 설하는데, ‘지관’이란 ‘다만’의 뜻이다. ‘오롯이’라든가 ‘한결같이’라든가로 읽지만, 그것은 잡념을 섞지 않은 지순한 마음, 즉 ‘다만’의 경지이다. 이를 말씀하신 도겐(道元) 선사의 참뜻을 읽을 수 있다면, 좌선은 어떤 목적을 갖고서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좌선하는 것이다.


(좌선의 목적은) 좌선 자체에 있는 것이다. 이 이상의 좌선이 있을 리는 없다. 무엇을 위해서 좌선하는 것인가라고 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선종에서 “오직 선만”을 설하는 것은, 그것을 가리키는 일이다. 호넨 스님이 “단지 염불할 뿐”이라고 말씀하셨던 것도 같은 뜻이다. 단지 염불하는 것 이외의 육자는 육자라고 말할 수 없다. 


▲야나기 무네요시
“호렌(法蓮)이라는 스님이 꿈에 돌아가신 호넨 스님을 만나 뵙고, 염불하는 일을 여쭈어 아뢰니, ‘아미타불은 전혀 모양이 없으니, 다만 염불할 뿐’이라고 스님께서는 대답하셨다.”(‘일언방담, 一言芳談’)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일언방담’ : 중세의 염불자들의 말들을 모은 책. 저자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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