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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칠십노구의 수행지도자

기자명 자우 스님

주한 미군 출신 센세이
서경보 스님 만나 불연

 

▲재가수행 지도자인 대진 센세이.

 


LA선센타의 토·일요일은 참선 수행하러 온 사람들로 일찍부터 북적인다. 특히 아침 6시30분이 되면 상가홀에서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름은 존(John Buksbazen), 법명은 대진(大眞)이다. 처음 이곳 선센타에 도착한 이후 내 궁금증을 가장 강하게 자극한 인물이었다. 제일 먼저 “안녕하세요?”라며 유창한 한국말로 건넨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늘 미소 짓고 있으며, 내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으면 언제든지 먼저 인사를 건네고 공양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이야기를 한다. 그를 만날 때마다 과연 어떻게 불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불교수행지도자가 되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가사 장삼을 입고 상가홀에 앉아서, 수행하러 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지도자들은 사람을 어떻게 맞이하는가를 잘 아는 것 같다. 그들은 사찰에 법문이나 정진이 있는 날이면 일찌감치 나와서 오는 사람들을 커다란 미소로 맞이한다.


그는 센세이(Sensei)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그러나 미국·일본 불교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말이다. 먼저 재가자로서 열심히 참선수행을 하여 여러 가지 화두를 공부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프리스트(priest)가 될 수 있다. 프리스트는 일반인의 생활을 하면서 수행에 더욱 전념하는 사람들로 수계를 받고 오조가사와 장삼을 입는다. 그러나 가사와 장삼은 주로 참선수행 할 때와 종교적 의식, 법회에 참석할 때만 입고 평상시는 일반인 복장으로 생활한다. 프리스트로 10년을 수행하여 법에 대해 스승이 인정하는 정도에 이르면 센세이가 될 수 있으며 수행자들을 지도할 수 있다.


그는 마치 마음 좋은 한국의 할아버지 같다. 인터뷰를 요청하니 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영국 런던의 유태교 집안에서 출생한 그는 군인이 되어 19살에 1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었다고 한국과의 인연을 자랑한다. 그래서 간단한 한국말은 할 수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한국말을 한마디만 하는 사람을 만나도 반갑다. 생각해 보면 타국에 갈 때는 최소한 그 나라언어의 기본적인 표현은 배우고 가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고의 전환이 생겼다고 한다. 1967년 필라델피아의 템플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면서 모든 수가 0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불교의 공사상과 같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 후로 불교공부 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시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던 서경보 스님을 만나게 되면서 참선수행을 시작했다. 또 29세에는 스님을 도와 조당집을 번역하게 된다.


참선수행에 재미를 느끼면서 더욱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스님께서 출가를 권유하셨다. 출가하여 스님과 함께 수행정진을 7개월 정도 하였을 때, 갑자기 스님이 한국으로 돌아 가셨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님은 한국으로 오라고 권유하지 않으셨다. 망연자실하여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방황하던 중 일본인 마이에주미 로시 스님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곳 선센타에서 8년 반 동안 소도젠을 수행하게 된다. 1969년에서 1979년까지 350개의 공안을 참구하여 통과한 존은 프리스트(priest)가 되었다. 프리스트가 되면서 16계의 보살계(precept transmission)와 전법게(Dharma transmission)도 받았다. 그의 불교 인연과 수행담을 들으면서 ‘국제포교를 하려면 현지인들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혹은 잠깐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국제포교를 하는 것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스승과 함께 살면서 수행 하는 것이다. 1990년부터 22년간 사람들을 지도해온 그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참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우 스님
참선수행만이 모든 답을 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그의 눈빛에는 칠십 노구에도 불구하고 수행정진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빛난다.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 존(John)처럼 스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만남이었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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