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기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이 “교회 나와 구원 받으세요” “예수 믿고 천당 가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간단한 말이지만 여기에는 기독교가 어떤 목적을 가진 종교인지를 명확히 드러난다. 만약 기독교에 구원과 천국이 없다면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독교인들에 있어 모든 삶은 결국 구원과 천국이라는 목적을 위해 행해진다.
죄에 오염된 인간은 예수를 통해 구원을 받고 그 구원은 천국이라는 내세를 통해 보장된다. 물론 기독교의 구원이 반드시 천국에 태어나는 것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원과 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구원이 곧 천국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독교 성서를 보면 구약과 신약 모두에서 일관성 있게 천국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본래 천국이라는 의미는 하나님의 나라로써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는 영역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성서에는 이곳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하나님을 보좌하고 찬양하는 천사들이 있는 곳이며 구원 받은 인간의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나와 있다. 또 천국에는 사망과 애통과 고통이 없는 곳이며, 저주와 목마름과 상함이 없는 곳이며, 사탄 마귀의 유혹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천국이란 이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며 영원한 행복과 아름다움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한때 요한이 성령에 이끌리어 천국을 상징하는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을 보았다. 그곳은 하나님의 영광이 머무는데 보석과 같고 수정 같이 맑으며 생명수의 강이 흐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기독교의 천국은 어떠한 자격을 통해 들어갈 수 있을까? 자업자득에 의해 천국에 갈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과는 달리 기독교에서의 천국에 갈 수 있는 조건은 신의 선택에 의해서이다. 성서는 인간이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 요건으로 하나님에 의한 선택과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에 대한 믿음과 최후심판 때에 영광의 부활을 얻은 자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의 구원과 천국에 대해 예수를 믿으면 누구나 구원받고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짧은 생각일 수 있다.
물론 기독교 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원과 천국의 조건이 믿음인 것만은 틀림없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인간이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예수를 믿지 않고서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고 천국에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원죄가 씻기지 않기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로부터 전해 내려 온 인간의 죄는 절대 인간의 의지로서는 해결할 수 없다. 오직 신의 아들 예수를 믿고 그로부터 용서를 받아야만 원죄가 씻기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믿음조차도 실은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신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내가 신을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이 아니라 신이 믿게끔 해야 비로소 믿음을 지니게 된다는 의미이다. 믿음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기독교 교리라고 할 때에 구원과 천국에 들 수 있는 조건도 철저히 신의 선택에 있는 것이지 인간의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칼빈주의 신학에서는 선택과 유기라는 교리를 가르친다. 선택과 유기란 신은 이미 세상을 창조하기 이전부터 모든 일을 예정 해놓고 설계하였으므로 구원 받을 자와 구원받지 못할 자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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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열 유마선원 원장 yoomalee@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