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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애로 인한 트라우마

기자명 법보신문

장애, 약점이라 생각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

 

▲중학교때 자살을 시도했던 나인은 사이쿄인에 와서 웃음을 찾았다. 기사 내용과 무관.

 

 

Q. 장애 때문에 상처가 많습니다. 부모님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요.

 

저는 미숙아(未熟兒)로 태어나 손과 발에 약간의 장애가 있어요. 제가 장애를 인식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습니다. 이후 내성적으로 변해 학교에서도 매일같이 폭력과 욕설에 시달리게 됐어요. 하루는 너무 괴로워서 담임선생님에게 상의를 했는데 오히려 “네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어른을 믿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같은 반 친구들은 점점 더 저를 무시했고, 저는 학교 가는 것이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등교를 거부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아예 학교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엄마와도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매일매일 심하게 다퉜습니다. 어느 날에는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사는게 무서워서 면도칼로 손목을 자르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엄마는 항상 저를 학교에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고, 저녁이 되면 술을 마시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빠는 제가 학교를 나가지 않았던 무렵부터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계십니다.


그러다 저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한달에 2~3번만 학교를 가고 나머지는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면서 졸업했어요. 그러나 학교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고 고등학교에서 친구도 사귀었습니다. 또 그 친구와 함께 대학교 시험을 보고 합격해 올해부터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학교를 가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몇 년 동안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다보니 오전 수업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학교 교실에 들어가기가 겁이 납니다. 무엇보다 우리집 근처에는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괴롭힘 당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항상 두렵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제대로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해요.


아빠는 제가 대학교만 들어가면 다시 직장을 다니겠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집에만 계세요. 엄마도 아직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은 모두 못마땅해 하시며 학교 이야기를 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조금만 늦게 돌아오면 불 같이 화를 내시고, 친구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도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집에 가기가 싫고 집이 너무 싫어요. 믿을 수 있는 어른이 한 명도 없어요. 아저씨, 제가 아저씨 절에 가서 머물러

도 될까요? (19세, 여대생)

 



A.편지를 보니 학생은 글씨를 아주 잘 쓰네요. 학생 부모님이 학생을 아주 잘 키워주셨어요. 약간의 장애가 있어도 절대로 뒤지지 않고 모든 일을 다른 아이들과 똑 같이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정말 훌륭한 아빠, 엄마네요!

무엇보다 학생은 중학교 때의 등교거부와 밤낮이 뒤바뀐 고등학교 생활습관을 이겨내고 드디어 대학생이 됐네요. 진심으로 기특하고 축하합니다. 학생 어머니가 이렇게 기특한 학생을 부정하고 야단치는 것에는 아마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머니는 혹시 학생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을 너무 걱정하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요? 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네요. 어머니는 학생이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것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노력해 온 듯합니다. 그러나 실은 학생의 장애에 대해 제일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학생이 다닌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집 근처에 있었지만, 대학교는 집에서 떨어져 있어서 전철을 타고나 버스를 타고 다니지요? 어머니는 딸이 혼자 버스나 전철을 타고 통학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직 학생을 어린 아이처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된 후, 어머니의 심리적인 부담도 커진데다가 딸이 등교를 거부하니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을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학생이 멀리 있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걱정이 더 많아졌을 겁니다. 학생이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때로는 듣기 싫은 말을 듣고 상처 받지 않을까, 혹시나 딸이 집에 오는 길에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너무나 걱정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나 학생이 장애로 상처받는 모습을 어머니에게도 견딜수 없는 상처이기 때문에 애써 듣지 않으려고 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학생은 하루하루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이젠 대학생이니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 진 듯합니다. 학생이 그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학생 스스로가 자신과 진지하게 맞서보세요. 때로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무기(武器)로 삼는 것도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거든요. 손과 발에 장애가 있지만 모든 일을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일입니다. 장애를 숨기지 말고 “나는 장애가 있어도 못하는 일이 없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해보세요. 그러면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학생을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할 겁니다. 그 동안 부모님께서 학생이 다른 아이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게 잘 키워주셨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장애와 맞설 수 있을 거예요.


아저씨 절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되요. 다만 부모님한테 꼭 이야기를 하고 허락을 받으세요. 아저씨가 쓴 책을 부모님께 보여드려도 되고, 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눠도 됩니다. 부모님께서 소중한 딸을 아저씨한테 맡겨도 된다고 허락하신다면 언제든지 학생은 우리절 ‘사이쿄인’에 오면 되요.


아저씨는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도망치지 마라. 도망가면 쫓긴다.” 어차피 이야기해봤자 엄마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피하기만 하면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자신의 힘을 믿고 한발 더 앞으로 나가보세요.


학생이 지금 실천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히로나카 스님
1. 무언가 한 가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일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학생은 글씨를 잘 쓰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서예를 배운다든가 글쓰기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2.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가보세요. 가족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가족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세요.
3. 동네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 꼭 가족과 함께 참가하세요. 특히 그 지역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마을 축제 같은 전통행사에는 꼭 무언가 의미가 담겨져 있거든요. 그것을 찾아보세요.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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