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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지각(想)

감각적 접촉 대상 떠올리는 과정

지각이란 무엇인가. 오온의 세 번째 항목으로서 느낌(受)이나 지음(行) 따위와 더불어 정신현상에 속한 경험의 갈래를 일컫는다. 감각적 접촉(觸)을 통해 느껴진 대상을 마음에 떠올리는 과정이 그것이다. “지각하는 것을 일컬어 지각이라고 한다. 지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푸른색도 지각하고 노란색도 지각하고 붉은색도 지각하고 하얀색도 지각한다. 이와 같이 지각하는 것을 가리켜 지각이라고 한다(SN. III. 87).”


지각이란 외부로부터 전달된 감각적 내용을 내부적으로 재확인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퍼뜩 스쳐가는 찰라 간의 대상일지라도 그 특징을 붙잡아 떠올리는 순서를 밟아야만 한다. 이렇듯 인간은 내부적으로 떠올리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간에게 인식된 모든 것은 마음에 떠올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각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푸른색을 푸른색으로 노란색을 노란색으로 인식할 수 없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 제각기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물은 지각과 더불어 구체적인 모습과 빛깔로 파악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지각을 통해 드러난 사물은 있는 그대로의 실재가 아니다. 감관으로부터 전달된 사물은 접촉(觸)이라든가 느낌(受)의 단계를 거친 연후에 지각의 과정으로 넘어간다(MN. I. 111-112).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들은 지각에 앞서 존재하면서 지각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각을 통해 드러난 푸른색 혹은 노란색 따위에는 즐겁거나 괴로운 개인적인 느낌이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다. 지각이란 눈·귀·코·혀·몸으로 포착된 현상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이다. 또한 이것은 마음이라는 내부의 감관을 통해서도 발생한다. 기억이라든가 생각 혹은 이미 지각했던 내용을 다시 떠올리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런데 마음에 의한 지각의 경우에도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들이 추가적으로 개입될 수 있다. 그리하여 최초의 감각적 지각에서 생겨났던 이미지가 마음에 의한 지각을 거치면서 새로운 이미지들에 의해 덧씌워질 수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 과도한 이미지의 누적으로 인해 현실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각은 편견과 착각을 조장할 수 있다. 여기에 지각의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무더운 여름의 마지막 달 한낮에 신기루가 생기는데 눈을 가진 사람이 이것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것은 텅 빈 것으로 드러나고 공허한 것으로 드러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비구들이여, 신기루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어떠한 지각이라 할지라도 바로 이와 같다(SN. III. 141).”


그러나 지각은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아직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무상에 대한 지각(無常想), 무아에 대한 지각(無我想), 부정함에 대한 지각(不淨想) 따위를 의도적으로 떠올리는 명상이 그것이다. 경전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질병이라든가 괴로움이 제거되는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AN. V. 109). 이렇듯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지각은 통찰의 힘을 기르고 부정적인 생각을 다스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임승택 교수
지각은 망상(戱論)을 발생시키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는 매개로 바뀔 수 있다. “지각에 대해 뛰어난 지혜로써 알고 두루 알게 되면 탐욕이 바래고 버려져 괴로움을 종식시킬 수 있다.(SN. III. 27).”


경북대 철학과 임승택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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