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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의 끈끈함이 불연[佛緣]으로 이끌다

  • 교학
  • 입력 2012.07.24 17:55
  • 수정 2014.10.0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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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불교 연구하는 학자들

부친 영향으로 불교학자 선택
부모자식서 학문의 도반으로
“아버님이 내 학문의 롤모델”

불교학의 영역이 넓지만 인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런 탓에 수많은 직업 중 학자의 길을 선택했더라도 불교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 하물며 대를 이어서 불교학자의 길을 걷는 일은 더욱 드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교학계에는 대를 이어 불교학의 외길을 걷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불교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친의 뒤를 따라 불교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현역 불교학자로 매진하는 경우도 있다. 

고 이종익(1912~1991) 박사와 이지수(64)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도 그렇다. 이종익 박사가 근대불교학 제1세대 학자로 보조지눌, 태고보우 스님 등을 비롯해 한국 천태종의 역사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면, 1978년부터 5년간 인도 푸나대학에서 불교논리학을 공부한 아들 이지수 교수는 본격적인 인도불교 원전연구시대를 연 학자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이주형(52)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고 이기영(1922~1996) 박사의 아들이다. 이기영 박사는 벨기에 루뱅대학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후 한국불교학을 현대화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원효사상에 대한 관심도 크게 불러일으켰다. 서울대를 수석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간다라불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주형 교수도 30대 초반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될 정도로 뛰어난 학자이며, 현재 간다라미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고 안계현(1927~1981) 박사와 안지원(56) 서울대 사학과 강사는 부녀지간이다. 사학자인 안계현 교수는 당시 고승들의 전기나 사상연구의 틀에서 벗어나 한국사 속에서 불교사의 흐름을 파악했던 학자로 ‘한국불교사상사연구’ ‘신라정토사상연구’ 등 역작을 남겼다. 안지원 박사도 근래 고려 연등회, 팔관회 등을 실증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고려의 불교의례와 문화’를 펴낸 중진 사학자다.

고 고익진(1934~1988) 교수의 아들인 고승학(40)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원도 선친의 뒤를 이어 불교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고익진 교수는 오랜 세월 병마와 싸우면서도 초기불교, 한국고대사, 반야·법화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으며, 한국불교전서 편찬의 주역이기도 하다. 부친의 외모를 쏙 빼닮은 고승학 박사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UCLA에서 지난해 중국 화엄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촉망받는 학자다.

김영태(81) 동국대 명예교수와 김기종(41)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 부자는 현역 불교학자다. 김영태 교수는 지난 50여년 간 한국불교사와 관련된 250여편의 논문과 40여권의 탁월한 저술을 남겼으며, 지금까지도 매일 10시간 이상 연구와 집필에 매진하고 있는 대학자다. 아들 김기종(41) 박사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7년 동 대학원에서 불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왕성한 학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평래(73) 충남대 명예교수와 이용주(44)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도 혈연관계다. 이평래 교수는 한국불교학계에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여래장의 중요성을 일깨웠으며, 특히 침체돼 가던 한국불교학회를 활성화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아들 이용주 박사는 2003년 인도 델리대학에서 구사론을 중심으로 부파불교에서 인식과 존재의 관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인도불교 전공자다. 

문명대(73) 동국대 명예교수(한국미술사연구소장)와 아들 문무왕(43) 불교사회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도 불교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문명대 교수는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1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이끌고 한국연구재단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1~2권의 책을 펴내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아들 문무왕(43) 박사는 불교문화사와 불교교류사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중 불교교류사 연구’(공저) 등 책을 쓰기도 했다.

강동균(66) 동아대 명예교수와 인도불교를 전공한 강형철(36) 동국대 강사도 부자지간이다. 강동균 교수는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에서 정토학을 연구했다. 귀국 이후 정토와 관련된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정토학회장과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부친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졸업한 강형철 동국대 강사는 현재 인도 육파철학 중 하나인 상키아학파와 불교의 찰나멸에 대한 대론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 중이다.

평생 불교학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아버지. 그들의 2세를 불교학으로 이끈 것은 핏줄의 끈끈함이 무엇보다 컸다. 그렇다면 이젠 불교학자가 되어 바라보는 학자로서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아내와 자식보다 중시한 게 불교였다. 은근히 원망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친의 열정이 그리워진다.”(이지수) “평생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연구하고 정진했던 선친의 모습에서 나는 모든 것을 걸어도 좋을 학자의 길을 발견했다.”(이주형) “세월이 갈수록 아버지의 학문세계가 높아 보인다.”(안지원) “아버지는 의지가 굳고 초인적인 노력을 했던 분이다.”(고승학)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나도 아버지 같은 학자가 되고 싶다.”(김기종) “아버지로서도 학자로서도 원칙에서 어긋난 일을 본 적이 없다.”(이용주) “지금까지도 아버지는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신다. 타고난 학자라고 할 수 있다.”(문무왕) “학문에 대한 안목뿐 아니라 불심까지도 두루 갖추셨다.”(강형철)

아버지로서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그 길을 따르려는 자식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흐뭇한 일이 있을까. 평생 한눈팔지 않고 불교학자의 외길을 걸어온 아버지. 그들은 후배 불교학자인 자식들에게 어떤 당부를 하고 싶을까?
“불교학은 평생을 바쳐도 좋을 일이다. 순수한 학문의 길을 걷는 학자가 되라.”(김영태) “학문의 세계는 한없이 넓고 깊다. 그 길을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반은 인내다.”(이평래)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열정과 신념으로 하는 것임을 잊지 마라.”(문명대) “전공에 갇히지 말고 폭넓게 배우고 익혀라. 그것이 학자의 길이다.”(강동균)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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