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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스님 [상]

용성 스님 ‘금강경’ 법문 듣고 발심

▲스님은 후학들에게도 ‘금강경’을 배워 익힐것을 당부했다.

“좋은 책들이 굉장히 많네요.”
“자네가 볼 만한 책 있거든 몇 권이건 가지고 가시게.”
열아홉에 출가한 이래 돈은 물론 책, 기타 물건 등에 이처럼 초탈했던 고암은 무소유, 무집착, 자비보살의 화현으로 한평생을 살았다. 그리고 그 덕화로 세 번이나 조계종 종정에 추대될 정도로 그 수행과 삶이 일여(一如)했던 선지식이다.


1899년 10월5일 경기 파주 적성면 식현리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부터 열두 살까지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고, 열여섯까지는 보통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공부해서 세간에 나가 명리를 떨치길 바라던 부모 마음과 달리 어려서부터 먼발치로 절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삶을 동경했다. 열일곱에 삼각산 도선사, 화계사를 비롯해 도봉산 망월사 등지를 찾아 자발적 행자생활을 하던 그는 18세에 용성을 만나면서 생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종로 대각사에서 법문하던 용성의 모습을 보고 몇 달에 한 번씩 찾아 법문을 듣던 고암은 열아홉이 되면서 그 법문에 흠뻑 빠져 매일 용성의 법문을 듣기 시작했다. ‘금강경’ 법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대중들 앞에서 겁 없이 질문을 던졌다. “‘금강경’ 말씀이 모두 비어 공했다고 하는데 모든 형상이 꿈과 같다 하니 이는 어찌 함입니까?” 이때 용성은 “금강반야다”라는 한 마디를 던졌고, 어린 고암은 그 한마디에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나뭇짐을 팔아 모친을 봉양하며 살던 혜능이 ‘금강경’ 읽는 소리에 심안이 열렸고 이후 수행에 매진해 중국 선종의 육조가 되었다고 하니, 고암 또한 그 근기가 보통을 넘어선 것임에 분명했다.


고암은 용성의 말에 따라 그해 해인사에서 제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동안 행자생활을 하며 익힌 덕분에 사미과를 바로 마친 고암은 이후 금강산 표훈사, 설악산 신흥사, 내원암, 의성 고운사, 통도사 보광전, 서울 정동 포교당까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공부한 끝에 마침내 22세에 사집(서장, 도서, 선요, 절요) 과정을 다 이수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향리 서당에서 한문을 익혔던 덕분에 바쁘게 다니는 고달픔 속에서도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용성에게 사집을 배우는 등 끊임없이 제방 선원과 사찰을 다니면서도 경학과 좌선을 쉬지 않았다. 그 덕분에 23세에 사교, 25세에 대교과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절대로 글을 적당히 보아 넘기지 않았다.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보고 또 봤다. 때문에 훗날 대중이 모르는 부분을 물으면 언제나 자상하게 일러줄 정도로 학문에도 밝을 수 있었다.


고암은 그래서 후학들에게도 언제나 좌선 수행은 물론 경전공부도 함께 할 것을 당부했다. 법륜사 선원에서 대중과 함께 살 때는 입선시간 외에 경전을 배우고자 하는 학인들에게 ‘금강경오가해’, ‘치문’, ‘초발심자경문’ 등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참선공부만 하겠다고 우기는 스님들에게는 “선을 하더라도 선서를 볼 수 있는 기초 공부는 해야 한다”면서 책 읽기를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부처님 제자들은 항상 네 가지를 생각하여야 한다. 불교의 교주는 석가모니불이고, 경전은 ‘금강경’이며, 신도들이 지켜야 할 계율은 십중대계이며, 일상 해야 할 일은 참선”임을 강조할 정도로 ‘금강경’ 만큼은 반드시 읽고 익히도록 했다. 또한 통일을 간절히 발원했던 고암은 ‘금강경’을 독송하는 공덕으로 금강산을 되찾을 수 있다며 독송을 위한 ‘금강경’을 새롭게 출간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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