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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서방(西方)-1

기자명 법보신문

서쪽에 정토 있다는 건 깊은 상징
‘십만억 국토’란 수에도 의미 담겨

염불문의 교리에 ‘지방입상(指方立相)’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방위를 가리키며 모양을 세운다”라는 것이다. 이때 방위란 서방을 의미한다. 요컨대 정토가 서방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부처님이나 보살들의 모습을 본다는 말이다. 그 서방정토는 어디에 있는가 하면, 이 예토를 떠나서 십만억 국토의 저 편에 있다고 말해진다.

절 이름에 ‘서방사(西方寺)’, 또는 ‘서념사(西念寺)’라 불리는 것이 있다. 그 이름에서 바로 정토계 사원임을 알 수 있다. 염불종은 서방교(西方敎)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서쪽이라는 방위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서방지남초(西方指南抄)’란 제목으로, 신란 스님은 스승 호넨 스님의 사적을 기록하였다. 여기서 ‘지남’은 ‘남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 이끈다는 뜻으로 다름 아닌 서방을 가리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서방에 불국토가 있으며, 거기에 많은 부처님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성불하면 서쪽으로 간다고 일컬어진다. 이것이 왕생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염불문에서는 ‘지방입상’이라는 교의가 설해졌다.


그러나 근대인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세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 ‘정토’란 도대체 어떤 국토를 가리키는 것일까. 둘, 왜 그 정토는 ‘서방’에 있다고 정해진 것일까. 셋, 왜 그 서방과 사바세계의 거리는 ‘십만억’이란 숫자로 나타내는 것일까.


그 모두가 공상(空想)이 낳은 것이지, 그 어디에도 객관적 근거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현대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관점이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명을 줄 수가 있을까.


정토를 만약 정신적인 왕국이라 한다면, 어째서 그것을 공간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고정시켜서 생각하는 것일까. ‘지방입상’이 확실히 말해지면 질수록, 이성적 판단과는 멀어져 버린다. 일단은 누구에게도 그렇게 생각된다.
어째서 이렇게 환히 보이는, 결함이 많은 사고방식을 정면으로 내걸고 설법하고자 한 것일까. 뭔가 배후에 깊은 의미라도 숨어있는 것일까. 어쨌든 이러한 세 가지 수수께끼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의 정토왕생에 대해서는 따로 한 장을 두고자 하므로, 여기서는 ‘서방’이란 방위에 대한 것과 ‘십만억 국토’라는 수적인 거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아미타여래가 서방에 산다고 하는 생각은 특별히 염불종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불타버렸지만, 호류지(法隆寺) 금당의 벽화 중에 하나가 아미타삼존불이었다. 특히 필치의 묘함을 한껏 발휘한 명화였는데, 이는 서방에 계신 부처님으로 묘사된 것이었다.


원래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밀교계의 것이 많은데, 가장 비근하게 방위와 결부시킨 사례는 오지여래(五智如來)일 것이다. 대일이 중앙, 아축이 동방, 아미타가 서방, 보생이 남방, 석가가 북방으로 방위를 정한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
이렇게 아미타의 거처가 서방이라 생각되었다는 것은 그 연원이 깊고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서방 그것이 하나의 불교적 의미를 띄게 되며, 이것이 염불종과 혼합하여 중요한 의의를 내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양부(兩部) 만다라 등에서 그려져 있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의 방위는 일정한 의궤(儀軌)에 따라서 정연하게 배치되었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 양부 만다라 : ‘금강정경’에 따른 금강계 만다라와 ‘대일경’에 따른 태장계 만다라.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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