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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보살을 유혹하는 마왕 마라와 딸들

보살의 성도 막기 위해
요염한 자세로 교태 보여
마왕도 옆에서 딸 부추겨

 

▲간다라, 2~3세기, 꼴까타 소재 인도박물관.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욕계(欲界)의 주인공인 마왕 마라는 주로 언제 나타났을까? 부처님의 출가·성도·열반 장면에 어김없이 그는 등장하고 있다.


마라가 위력을 발휘하는 최대의 순간은 불교의 시작을 의미하는 항마성도(降魔成道) 장면이다.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욕망의 세계를 석가보살 앞에 펼쳐 보이는 마왕은, 항마성도 장면에서는 겁박과 패배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보살의 성도를 방해하기 위한 마라의 다양한 공격 가운데 하나가, 딸들을 앞장세워 보살을 유혹한 사건이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다룬 불전(佛傳) 경전에는 마라의 딸들이 32가지 교태로 보살을 유혹하는 모습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마왕의 딸들은 갖은 아양을 떨면서 보살에게 말을 걸었다.


“청춘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아요. 당신은 젊고 아름답군요. 우리들의 이 예쁜 자태를 보세요. 자, 함께 놀지 않겠어요? 좌선을 해서 깨닫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예요.”


보살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부드러운 말씨로 말씀하셨다.“육체의 쾌락에는 고뇌가 따른다. 나는 오래 전에 그러한 고뇌를 초월해 버렸다. 이 도리를 알지 못해 세상 사람들은 욕정에 빠져 있다. 나는 이제 절대적인 정신의 자유에 도달하려고 한다. 하늘을 지나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나를 너희들이 옭아매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왕의 딸들은 마음속으로부터 보살에게 경의를 표하고 손에 들었던 꽃을 바친 다음 아버지에게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보살을 유혹하는 마왕 마라와 그 딸들’ 불전도는 마왕 마라가 보살이 깨달음을 얻을 경우 자신의 힘이 약화될 것을 알고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세 딸을 보내 보살을 유혹하도록 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중앙에는 보살이 있고, 보살의 왼쪽에는 마왕과 딸이, 반대편에는 다른 두 딸이 표현되었다. 마왕은 왼쪽 팔꿈치를 자신의 딸 어깨 위에 얹고 기대어 서 있다. 딸들은 요염한 자세로 노래하거나 춤추며 보살을 유혹하고 있다.

 

▲유근자 박사
마왕의 세 딸 이름은 경전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땅하(Taṇhā, 渴愛), 아라띠(Aratī, 嫌惡), 라가(Ragā, 貪慾)가 일반적이다. 왼쪽 끝에서 두 번째로 서 있는 마라의 딸은, 왼손에 애욕을 상징하는 거울을 들고 오른손은 뺨에 댄 채 자신의 요염한 자태를 들여다 보고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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