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종단의 개혁-3
47. 종단의 개혁-3
  • 이도흠 교수
  • 승인 2012.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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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별도의 감사실 두는 것처럼
사찰도 회계감사 받는 시스템 갖춰야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말대로 돈을 다루면서 물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수행과 별도의 문제다. 지극히 높은 단계의 수행에 이르거나 무소유의 정신이 몸에 밴 극히 일부의 사람을 제하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견물생심의 원리는 보편적이다. 흔들림이 없으리라고 본인과 타인 모두 인정하던 사람도 돈 앞에서 타락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기에 필요한 것이 공정한 감시체계의 확립과 시선의 공유다.


정부에 감사원이 있고, 각 공·사기업마다 감사실이 있는 것처럼, 일정 금액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찰의 경우 감시 및 감찰기구를 종단에서 사찰에 이르기까지 독립적으로 운영하여야 하며,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절에 소속된 신도는 소속 사찰에 대해, 재정 사고 및 관련 소송 당사자는 관련 사찰에 대해 재정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회람할 수 있도록 종법을 개정한다. 이들 사찰은 종회에 회계를 공개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혹은 재정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자동적으로 전문회계사를 통한 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종법으로 규정한다.


이 기구는 재정의 비리를 경계하는 소극적인 감시만이 아니라 낭비성 불사를 견제하여 사찰 재정을 튼실하게 하는 적극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스님들은 재가불자로부터 감시를 받는 것을 꺼릴 필요가 없다. 그를 공심에 따른 시선으로, 더 나아가 내 안의 타락을 경계하는 부처님의 눈으로 보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님들의 사유재산도 공공화하여야 한다. 2007년 9월, 제174회 조계종 중앙종회는 승려법 제30조 2항에 ‘사유재산의 종단귀속’을 성문화했으며, 귀속된 사유재산을 스님들의 노후복지와 교육기금으로 사용하자는 합의도 하였다. 하지만,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가진 ‘큰스님’이 실행에 옮기지 않는 바람에 유명무실한 종법이 되었다.


이 기회에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의 소임자, 큰스님과 본사 주지, 종회 의원들은 모든 사유재산을 공개하고, 최소한의 품위유지 비용을 제하고는 이를 종단에 헌납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재산은 기금으로 조성하여 스님들의 노후 복지, 승려의 교육비 및 종립대학의 장학금, 사회적 약자들의 지원 비용만으로 사용한다.

몇몇 소문난 기도처의 경우 한 곳에서만 매년 수십억 원이 들어온다는데, 평생을 수행과 포교로 보낸 노스님들의 병원비조차 보태주지 못한다면 그 종단은 해체하는 것이 더 낫다.


재정의 분배에 따라 절을 특성화,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절의 수입은 기도비, 불전함, 인등비, 재, 특별불공, (문화재가 있는 사찰의 경우) 문화재 유지 및 보수 지원금, 입장료 등이다. 재정 수입을 거의 포기하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가난한 절’ 운동을 할 스님은 없을까. 대만불교처럼, 수입의 절반 이상을 사회적 실천이나 전법에만 할당하는 ‘자비실천의 절’, ‘전법의 절’이 곳곳에 세워진다면 불일은 다시 환하게 빛나리라.


▲이도흠 교수
이제 절은 신자유주의체제 및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 확대재생산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대체하지 않는 도량, 화폐증식의 욕망으로부터 해탈된 성역, 시장의 원리와 물화와 소외로부터 지치고 병든 중생들을 치유하는 부처님의 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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