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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지음(行)

마음으로 짓는 모든 의도적 움직임

지음(saṅkhāra)이란 무엇인가. 오온의 네 번째 항목으로서 지각(想)이나 의식(識) 따위와 더불어 정신현상에 속한 경험의 갈래를 일컫는다. 마음으로 짓는 모든 의도적 움직임이 여기에 망라된다. 따라서 이것은 의도(sañcetanā)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보이는 것에 관련된 의도, 소리에 관련된 의도, 냄새에 관련된 의도, 맛에 관련된 의도, 감촉에 관련된 의도, 마음현상에 관련된 의도가 있다. 비구들이여, 이들을 지음이라고 한다(SN. III. 60).”

 

지음이란 상카라(saṅkhāra)를 번역한 것으로, 초기불교의 개념들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지닌다. 이것은 내면의 다양한 의도를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의도가 바깥으로 체화되어 나타난 경우도 포함한다. 내면적인 의도로는 탐냄(貪)·성냄(嗔) 따위의 부정적 심리를 비롯하여 믿음(信)·마음지킴(念) 따위의 긍정적 기능들이 포함된다. 한편 그러한 의도가 바깥으로 표출되어 나타난 것이 현상계이다. “일체의 상카라는 무상이다(諸行無常, sabbe saṅkhārā aniccā)라고 할 때의 그것은 현상계 자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현상계란 ‘나’의 방식으로 경험된 세계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실재가 아니다. 현상계의 성립에는 ‘나’의 존재가 전제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해서 드러난 세계란 결국 ‘내’가 지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표현하는 용어가 곧 지음이다. 지음은 현상계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업(業, kamma) 개념과도 통한다. 그리고 이 경우의 지음은 언어적 지음(語行), 육체적 지음(身行), 마음에 의한 지음(意行)으로 나뉜다(MN. I. 301). 이들은 몸(身)·입(口)·마음(意)라는 3가지 측면에서 현상계를 조건 짓는 ‘응보적 힘’으로 작용한다.

 

지음은 현상계의 경험적 요인들(五蘊) 즉 물질현상(色), 느낌(受), 지각(想) 따위가 생겨나고 유지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지어진 것을 계속해서 짓는 까닭에 지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지어진 것을 계속해서 짓는가. 물질현상(色)으로 지어진 물질현상을 계속해서 짓는다. 느낌(受)으로 지어진 느낌을 계속해서 짓는다. 지각(想)으로 지어진 지각을 계속해서 짓는다. 지음(行)으로 지어진 지음을 계속해서 짓는다. 의식(識)으로 지어진 의식을 계속해서 짓는다(SN. III. 87).”

 

오온으로 이루어진 현상계는 ‘내’가 지어낸 ‘나’만의 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음은 오온이라는 매개를 통해 ‘나’를 중심에 둔 ‘나’만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지어낸다. ‘나’라는 신화(神話)는 지음에 의해 연출된 허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지음이란 ‘나’의 실존을 이루는 오온 각각에 대해 오온 자체로 존속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지음의 작용을 다스리면 ‘나’라는 족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갖가지 편견과 집착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초기불교의 수행에서 지음은 가라앉혀야 할 타깃이 된다. 오온의 속박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될 수 있다. 사마타(止)와 위빠사나(觀)의 명상은 지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한 쌍의 실천적 수단이다. 지음을 가라앉히는 순차적 과정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임승택 교수
“두 번째 선정(第二禪)에 들어간 이에게 생각(尋)과 지속적인 생각(伺)에 의한 언어적 지음(語行)이 그친다. 네 번째 선정(第四禪)에 들어간 이에게 들숨과 날숨에 의한 육체적 지음(身行)이 그친다. 지각과 느낌의 소멸(想受滅)에 들어간 이에게 지각(想)과 느낌(受)이라는 마음에 의한 지음(意行)이 그친다(Ps. I. 97~98).”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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