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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천국론-하

불교의 천계는 선정·수행으로 결정
선업다하면 다시 낮은 단계로 윤회

철저하게 신의 선택과 주권에 의해 다스려지는 기독교의 천국에 비해 불교의 천국은(불교에서는 천국이라는 표현대신 천계 혹은 천상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 곳에 태어날 수 있는 조건부터 다르다. 불교에서 천계에 갈 수 있는 조건은 기독교처럼 신의 일방적 선택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가 예수를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는 종교로 알고 있지만 기독교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믿음조차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한다. 이 세상뿐만 아니라 천국 역시 신의 주권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므로 기독교에서 천국에 갈 수 있는 조건은 사실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한다.


불교의 천계는 그 곳을 다스리는 천왕들이 있기는 하지만 권력은 그리 크지 않다. 더구나 중생들이 천계에 태어나는 데도 천왕들의 역할은 없다. 누구도 능력이 있다하여 함부로 천계로 태어나게 할 수 있다거나 천계로부터 추방시킬 수 없다. 여기에는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천계는 하나님과 같은 신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가 아니고 중생들의 업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중생의 업은 각자마다 다르다. 이 세상에 수많은 중생들이 살고 있지만 똑같은 업을 짓다가 죽는 존재는 없다. 그러다 보니 천계는 자연히 여러 층의 세계로 이루어졌고 층에 따라 기쁨을 누리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천계는 이십 팔층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천계는 크게 욕계천, 색계천, 무색계천이라는 삼계로 나뉘고 욕계에 여섯 종류, 색계에 열여덟 종류, 무색계에 네 종류의 천계들이 자리한다.


천계에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은 선업과 선정이다. 얼마만큼 금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는 수행을 쌓았느냐에 따라 높은 곳에 태어난다. 삼계 가운데 맨 아래 천계인 욕계천은 계를 잘 지키고 선업을 쌓으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위의 색계천이나 무색계천은 선업만으로는 갈 수 없고 선정이라는 수행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 선업의 차이와 선정수행의 차이에 따라 좀 더 높은 곳으로 태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천계는 기독교의 천국처럼 영원하지가 못하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모든 법이 무상하다는 전제아래 천계 역시 영원한 세계가 아니며 태어난 중생의 업이 다하면 쇠퇴하거나 사라져 버린다. 중생이 아무리 선업을 쌓고 선정을 닦았다 할지라도 그 복력이 다하여 천계의 기쁨을 누릴 만큼 누리게 되면 그 보다 낮은 세계로 전락해 버린다. 기독교의 천국과는 달리 천계는 아무리 높아도 유한의 세계이며 불완전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천계를 이상적 세계로 보지 않고 언제인가는 벗어나야 할 중생의 세계로 본다.


기독교의 천국이 이 세상에서 단 한 번의 믿음으로 영원히 보장되는데 반해 천계는 중생이 지은 만큼 밖에는 더도 덜도 머물지 못한다. 만약 천계에 태어난 중생이 천계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그 곳에서도 부지런히 선업을 쌓든지 선정을 쌓든지 해야만 한다. 기독교의 천국이 태어나기만 하면 마냥 기쁨을 누리는데 반해 천계는 계속 그곳에서도 노력을 해야만 퇴보하지 않고 더욱 훌륭한 세계에 이르게 된다. 마치 지상의 인간들이 자신의 재산과 세력을 믿고 노력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가난뱅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천계의 질서역시 지상의 질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제열 법사

기독교의 천국과 불교의 천계를 이상과 같이 비교해본 결과 어느 곳이 더욱 합리적이고 공평하며 진리다운 성격을 띠고 있는지는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의 천국은 신을 위한 천국이며 천계는 자신을 위한 천계이다. 기독교인들이 불의의 죽음을 맞이하면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필요로 하셔서 부르셨다고 하는 말 속에 지금까지 한 말이 다 들어 있기도 하다. 

 

이제열 법림법회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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