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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9인의 불자 영웅

  • 사회
  • 입력 2012.08.13 00:16
  • 수정 2012.08.13 14:40
  • 댓글 0

전체 금메달 중 8개…집중필요한 종목서 두각
선수 68명, 감독·코치 29명…‘말뚝신심’ 개가

 

 ▲ 사진 연합뉴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였다. 어깨부상을 이겨낸 최현주 선수의 활, 두개의 금빛 과녁을 적중시킨 진종오 선수의 총은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세상에 없던 기술로 세상을 놀라게 한 양학선 선수의 새털 같은 도약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이었다.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오심을 겪어야 했던 신아람 선수는 무릎 꿇는 대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들만이 아니다. 펜싱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선 김지연·원우영·구본길·김정환 선수, 시퍼렇게 멍든 눈 대신 마음의 눈으로 금맥을 찾은 레슬링 김현우 선수, 그리고 20살 어린나이에도 금강석처럼 강한 심장을 보여준 사격 김장미 선수. 그들은 모두 정상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무소의 뿔이었다.


2012런던올림픽 감동의 드라마 그 중심에 불자선수, 불자감독들, 그리고 불자가족들이 있었다. 당초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 선수단은 8월10일 현재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국민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주역은 불자들이었다. 12개의 금메달 가운데 무려 8개, 은메달과 금메달도 각각 2개와 3개를 불자선수들이 거둬들였다. 단체전을 포함 모두 17명의 불자선수들이 총13개의 메달을 대한민국에 선사했다. 특히 사격, 양궁 등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종목에서 불자선수들은 유독 빛을 더했다. 펜싱, 체조, 레슬링, 배드민턴에서도 불자선수들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태릉선수촌의 훈련 일정 속에서도 선수촌법당을 찾아 수행과 기도로 정신력을 키웠다.


불자 감독·코치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늘 선수들보다 더 강인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독려해야하는 감독들에게 불심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조성동 체조 감독은 선수들이 쉬는 시간에 홀로 법당을 찾아 모든 체조선수들의 선전을 발원했다. 장영술 양궁 감독은 흔들리는 최현주 선수를 위해 갓바위를 찾아 기도했다. 방대두 레슬링 감독은 직접 선수들을 이끌고 신흥사를 찾아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김용율 펜싱 감독은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을 더 몰아치듯 훈련시키면서도 숙소로 돌아와서는 아무도 모르게 선수들을 위한 108배를 했다.


불자선수와 감독 뒤에는 오직 아들딸들을 위해 기도한 가족들의 간절한 신심도 있었다. 힘든 운동에 방황하던 자식의 손을 이끌고 사찰을 찾아 마음의 짐을 덜어준 이도, 경기 내내 손에 꼭 쥔 염주를 놓지 못한 채 함께 기도한 이도 모두 선수들의 신심 깊은 어머니이자 아버지였다.


올림픽대표단은 22개 종목 245명의 선수를 비롯해 감독·코치 등 총374명.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최소 규모’라는 우려는 68명 불자선수와 29명의 불자 감독·코치의 눈부신 활약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특히 이기흥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을 비롯해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등 ‘말뚝 신심’의 불자들이 선수들을 이끌게 되면서 런던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불자선수들이 ‘큰 사고를 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기대는 적중했다.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의 안일함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파타의 게송처럼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고 정진한 불자선수들. 그들은 진정 ‘무소의 뿔’처럼 강하고 아름다웠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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