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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적산사찰

해방 이후 일본불교 자산
미군 의해 개신교 넘어가


일제강점기 불교연구위해
적산사찰 연구 반드시 필요


다시 8.15광복절이다. 일제의 족쇄로부터 풀려나 해방을 맞은 지 올해로 67주년. 반백년이 흘러 식민의 아픔을 경험했던 사람들 대부분 세월 따라 가버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한 아픔이다. 용서와 화해라는 해원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제와 이들을 위해 부역했던 민족 반역자들에 대한 감정은 풀리지 못한 채 고스란히 후대에 유전됐다. 해방 이후 이 땅에 진주한 미군정은 친일파들을 불러 슬그머니 일을 시켰다. 뒤를 이은 이승만 정권은 대놓고 친일파들을 등용했다. 일제의 아바타들이 반성도 없이 다시 등장했다. 비극이었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려 독립을 위해 애썼던 투사들을 핍박했다. 나라는 해방됐지만 여전히 일제의 검은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도 감정을 추스르고 일제강점기를 바라보지 못한다. 친일과 항일의 두 갈래 길에서 어려운 격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불교의 역사 또한 참으로 비루했다. 교단 지도자급 스님들이 일제에 부역하면서 친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왜색불교가 청정한 가풍과 전통을 훼절했다. 왜색불교는 식민지배의 효율성을 위해, 한편으로 포교의 목적으로 한반도로 밀려들었다. 이런 이유로 해방 이후 일제강점기 불교연구는 오랫동안 방치됐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만해, 용성 스님과 같은 일부 선각자를 제외한 불교의 역사는 숭유억불의 조선시대보다 더한 암흑이었다. 그리고 왜색불교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근현대 불교연구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 또한 단죄되지 않은 역사로 인해 친일과 항일의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교계가 항일과 친일에 매어있는 동안 많은 것을 잃었다. 적산사찰(敵産寺刹)이 대표적이다. 적산(敵産)은 일제가 이 땅에 남긴 재산이니, 적산사찰은 일본이 남긴 사찰이다. 해방 당시 서울에 43개 사찰을 비롯해 전국에 수백 개의 적산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은 전한다. 그러나 해방이후 대부분 개신교로 넘어가버렸다. 미군정은 일본이 남긴 재산을 친미주의자, 친일잔재세력, 그리고 개신교 세력에 전부 넘겨버렸다. 특히 개신교는 적산사찰을 비롯해 일본신사, 천리교의 다양한 종교의 재산을 상당부분 양도받았다. 불교계는 반발했다. 불교에게 이양돼야 할 적산사찰이 연고도 없는 개신교에 이양되는 것이 부당했다. 이에 미군정은 궤변을 늘어놓았다. 조선불교라는 일개 종교단체에 일본재산을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뒤로는 신도 10만에 불과한 개신교에 적산사찰을 전부 넘겨버렸다. 개신교는 불과 10년 만에 2000여개의 교회를 새로 신설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포시 유달동 중앙교회를 비롯해 수원교회 등 적산사찰에 들어선 교회는 적지 않다. 개신교는 이를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불교로선 참담한 일이다.


▲김형규 부장
일제잔재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산의 기회를 갖지 못한 우리에게 친일과 항일의 문제는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평가해 후대에 남겨야 한다. 그러나 분노를 잠재우고 역사적 자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싫든 좋든 치욕의 역사도 우리의 역사의 한 페이지이다. 특히 적산사찰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제강점기 이 땅에 현존했던 우리 불교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록 늦었지만 개신교에 부당하게 빼앗긴 불교자산에 대해 이제라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불교계도 진정한 의미의 광복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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