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 속 스님들은 왜 새벽 3시에 일어날까?

  • 불서
  • 입력 2012.08.14 14:34
  • 수정 2012.08.14 14:37
  • 댓글 0

‘산사는 깊다’ / 지안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산사는 깊다’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그의 하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레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따라붙기도 한다. 세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밤에 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이 평범함과 달리 밤낮을 바꿔 사는 이들도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직업만큼이나 개개인의 생존방식에 따라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지는 것이다.


출가한 스님들 역시 각자가 선 자리에서 주어진 환경에 맞게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다. 산 속에서 대중생활을 하는 스님들과 도심에서 포교에 전념하는 스님들의 하루 일과가 같을 수는 없다. 선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과 경학에 전념하는 스님들의 일과도 같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출가자의 생활은 일반인들의 삶과 달리 매우 독특하다. 기후와 풍토가 같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사는 방식이 일반인의 그것과 너무 다르다.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고 밤 9시엔 자야한다. 도심이 아닌 산 속에서 출가수행자로 살아가는 스님들에게 이러한 생활은 일상이며 순간순간의 삶 모두가 수행에 직결된다. 예불이나 기도, 경전 공부와 참선은 물론이고 공양을 할 때도 음식이 수행을 위한 것임을 기억하며 말을 그쳐야 하는 등 수행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어느 암자 대들보에 “밤에 꿈을 꾼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글귀가 새겨진 것도, 잘 때조차 수행을 멈추지 말라는 뜻이니 스님들의 각오가 어떠한지 알만하다.

 

 

▲깊은 산사, 나무 사이에 난 길은 도량과 세간을 잇는 통로다.  사진 하지권

 


최근 들어 짧은 시간이지만 스님들의 그런 삶을 곁에서 보고 따라하는 템플스테이가 유행이다.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이도 있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도 있다. 스님들의 생활 속에 삶을 변화시키는 그 무엇이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산사는 깊다’에는 스님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담겨 있다. 조계종 승가대학원장을 역임하고 고시위원장을 맡아 후학을 지도하는 지안 스님이 40년 출가생활을 반조해 34가지 이야기 속에 산사생활의 정수를 옮겼다. 새벽 3시 기침(기상)에서 취침으로 이어지는 산사의 하루 풍경은 물론 출가에서 다비까지의 일생도 그대로 옮겼다. 산 속 스님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했던 이들에겐 갈증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특수한 생활공간에 있는 일들이 보편적 세상사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 문화적 전통의 가치는 인간 삶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매우 유익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마치 비밀의 문을 열 듯 조심스럽게 절집 생활을 열어 보이고 있다.


산사, 소임, 기침, 도량석, 종송, 예불, 공양, 간경과 논강, 운력, 염불, 기도와 정근, 취침으로 이어지는 단문들에서 산사의 하루를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여기서 수행을 본업으로 삼은 스님들이 수행에 가장 적합한 시간에 맞춰 새벽 3시에 일어난다는 점도 새삼 알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얻는다’는 생존논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스님들의 새벽 3시다. 이어 출가, 삭발, 수계, 법명, 가사, 총림, 안거, 용맹정진, 포살과 자자, 대중공사, 경행, 시봉, 만행, 토굴, 다비와 사리 등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일생을 다룬 면면에서 출가자의 삶과 지향점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스님들의 일상과 일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서 생존과 소유에 깊이 천착해온 삶을 차분히 돌아보게 한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