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종단과 정권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현 정권에서 훼불행위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목사 앞에 무릎을 꿇은 대통령 자신, 혹은 그 힘을 믿는 권력층과 기독교도들이 노골적으로 훼불행위를 하였다. 종단의 결단과 불자들의 지지를 받고서 출발한 산문폐쇄조차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삼일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이 뿐인가. 일제 강점기에는 천황을 떠받드는 황도불교(皇道佛敎)를 표방하였고, 유신시대엔 ‘호국승군단’을 창설하였으며, 전두환 정권 때는 산문에까지 군인들이 난입하여 스님들에게 갖은 고문과 폭력을 가하였다.
어찌 하여 한국 불교는 정권의 시녀를 자처하면서도 정권으로부터 온갖 능멸을 당하는가. 정권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는 첫째, 종단과 불자들이 호국불교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정권과 유착관계가 멀리로는 일제 강점기, 가까이로는 군사독재 정권기부터 관례적 문화와 제도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떡고물’을 바라는 일부 권승들의 정권과 유착 카르텔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넷째, 종단과 불교시민단체의 조직, 연대, 저항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불자들의 씽크탱크가 없고 불자 여론 주도층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종단 및 사찰의 재정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출가자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불자들의 정치의식이 높지 않고 종교적 순수주의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덟째, 불자들의 감시체계와 견제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사찰 및 첩보활동을 통하여 몇몇 스님들의 범계행위 정보를 갖고 있는 권력층이 이를 순화의 도구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째, 현대 국가 구조 속에서 종단이 국가 이데올로기 기구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대안은 당연히 열 가지 요인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먼저 호국불교 문제부터 보자. 호국불교를 주장하는 이들은 원광법사, 화랑, 서산대사 등의 예를 들며 호국불교가 한국 불교의 찬란한 전통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뿐더러 부처님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붓다는 정치적인 이익, 혹은 권력 간의 알력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 왕권 또한 교단 내부의 일에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증일아함경』 제42권「결금품」에서는 국왕을 가까이 하는 출가자는 열 가지 비법(非法)이 생긴다고 가르친다. 불교 교단은 출가자가 왕권과 관련하여 정교분리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을 계율로서 규정한다.
조준호 교수의 주장대로, 호국의 본질은 호법에 있는 것으로서 진정한 의미의 호국은 반야를 실천하는 것이다.
호국삼부경(護國三部經)인 『금광명경』, 『인왕경』, 『법화경』을 보더라도, “호국경전들은 다른 나라에 대한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차원에서 자신이 속한 나라나 왕권이 수호되어야 한다는 사상은 찾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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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