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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에서 방장스님의 의미

선불교만의 독특한 전통
치열한 수행·구도의 상징


최근 방장자리가 분란원인
총림의 암담한 미래 걱정

 

방장(方丈)스님의 의미는 각별하다. 선불교의 전통을 따르는 한국불교에서 더욱 그렇다. 불자들에게 방장스님은 자애로우면서도 추상같은 수행력으로 대중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그런 존재다. 살아있는 법의 상징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요즘이야 방장스님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지만 몇 년 전만해도 존경과 귀의의 대상이었다. 수행의 사표이며 그 자체로 깨달음의 지름길이었다. 방장스님은 맑은 지혜와 청정한 수행력으로 세속에 찌든 대중들의 가슴을 말없이 적셨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방장스님은 불자로서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이었고 한편으로는 치열한 구도의 약속이었다. 우리들 기억 속에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던, 지금은 열반에 들어 추억으로 기억되는 방장스님들이 적지 않다. 한없이 자애로웠던 경봉 스님, 치열한 수행의 길을 보여주신 성철 스님, 끝까지 맑았던 서옹 스님. 우리 곁을 가장 가깝게 스쳐지나간 선지식들이다. 방장스님들이 남긴 수행의 덕화가 아직 함께 하기에 한국불교는 크고 작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을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권위와 수행의 상징인 방장스님은 선불교가 낳은 독특한 가풍이며 전통이다. 오직 선종(禪宗)에만 존재한다. 방장의 유래는 유마거사에서 비롯됐다. 유마거사가 병에 걸리자 3만2000여명의 대중이 함께 문병을 왔다. 유마거사의 방은 일장(一丈), 즉 3㎡에 불과한 작고 누추한 곳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많은 대중들은 전혀 불편함 없이 작은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장의 방에 불과하지만 유마거사의 수행력으로 법계를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장스님의 의미도 ‘방장에 거처하는 스님’이라는 뜻이니 유마거사와 같이 법력과 덕화가 삼천대천 세계를 두루 미치는 그런 선지식이라는 의미다.


방장스님은 총림의 최고 어른이다. 총림은 선원(禪院), 강원(講院), 율원(律院)이 함께 갖춰진 대가람으로 1200년 전 중국의 백장회해(百丈懷海)스님으로부터 시작돼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방장스님은 맑은 수행력과 밝은 지혜로 총림을 운영하고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조사(祖師)라 불리는 스님들은 사실 모두 방장스님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방장스님의 향기로운 덕화에 많은 대중이 함께 살아도 총림은 한 사람이 사는 것처럼 질서정연했으며, 깨달음의 싹들이 잎으로 자라고 꽃을 피워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그 열매들이 또다시 방장스님으로 추대되어 성불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런 옛 총림의 정갈한 모습을 성리학자 정명도(程明道·1032~1085)는 “하(夏)·은(殷)·주(周) 삼대(三代) 예절과 도가 모두 여기에 있다”며 감탄해 했다.


조계종엔 현재 5대 총림이 있다.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여전히 방장스님이 계신다. 높은 수행력과 맑은 덕화로 눈 푸른 납자들을 길러내며 수행의 법륜을 굴리고 있다.

 

▲김형규 부장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일부 총림에서 이런저런 소음이 들린다. 방장스님이 대중들의 생각을 살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지를 임명해 총림이 분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한 원로스님이 스스로 방장이 되겠다며 종정스님의 권위를 참칭하는 촌극까지 일어났다. 참담한 일이다. 지혜와 수행력이 적으면 겸양이라도 갖춰야 하는데 이마저 엷어지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면 빈집은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총림의 앞날이 걱정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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