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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공안선(公案禪)-2

기자명 윤창화

공안은 선문답 속 의미 파악하는데 집중
화두는 번뇌망념 퇴치 위한 무기로 사용

공안의 어의는 이미 전회(前回)에서 설명했지만, 국가의 공문서, 법령, 법원의 판례 등을 뜻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정한 법령, 공문서는 누구나 준수해야 하는 것처럼, 참선수행자도 공안을 참구해야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안이라고 한 것이다.


공안(公案)이란 선의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수행자에게 참구(공부)의 과제로 제시하는 문제이다. 일심(一心)으로 매달려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라고 제시해 주는 숙제인데, 숙제가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 ‘요로설선(繞路說禪, 에둘러 선을 설함)’ 즉 격언(格言)이나 우언(寓言), 또는 중국의 사자성어(四字成語)와 같이 에둘러서 알아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공안은 뚫어야 하는 과제, 해결해야 하는 과제, 숙제라고 하는 의미에서 화두(話頭)와 같은 것이지만―지금까지는 대체로 같은 것으로 보아왔음― 그러나 그 쓰임새는 다르다. 따라서 공안과 화두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무자 화두를 예로 들어 보고자 한다. 어떤 승(僧)이 조주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무(無, 없다).” “일체중생에게는 다 불성(佛性)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없다는 것입니까?” 조주가 말했다. “개는 업식성(業識性)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趙州因僧問. 狗子還有佛性也無. 州云, 無. 一切衆生, 皆有佛性. 狗子為甚麼卻無. 州云, 為伊有業識性在).”


이상의 선문답 가운데 처음서부터 끝까지, 전체 단락은 공안이다. 그리고 공안 가운데 선사의 답어 즉 의문의 대상, 참구(탐구)의 대상이 되는 ‘무(無)’ 한 글자가 화두이다. 여러 선어록에서 그 용례나 쓰임새를 보면 공안은 선문답 전체를 가리키고 있는 반면, 화두는 그 가운데 핵심이 되는 한 자(字)나 한 구(句)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간시궐’, ‘마삼근’, ‘동산수상행’, ‘정전백수자’ 등도 모두 공안(선문답) 가운데 선사의 답어나 핵심어이다.


공안 가운데 선사의 답어를 뽑아서 화두로 참구하게 한 것은 간화선의 제창자 대혜 종고(1089∼1163)이다. 따라서 간화선은 공안선에서 발전했다고 보아야 하고 참구 방법도 거의 같지만, 그 차이점은 공안은 주로 선문답 속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화두는 의미 파악보다는 번뇌 망념을 퇴치하기 위한 무기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공안집인 ‘벽암록’의 편찬자 원오 극근(1063∼1135)은 “납자들이 공안의 어의(語義, 의미)를 파악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하여 공안을 참구하는 방법은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선승들이 게송(頌古)으로 공안의 의미에 대하여 읊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간화선의 제창자 대혜 종고는 “무(無)’는 유무(有無)의 무도 아니고, 허무의 무도 또 무에 무슨 도리(이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사량분별하지 말고 문자로도 파악하려고 하지 말고 오로지 ‘무(無)’자에만 매달리라”고 말하고 있다. 일심으로 무자만 들고 있으라는 것인데, 그것은 마치 진언이나 다라니를 외우면 정신이 거기에 집중되어서 번뇌 망상이 퇴치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간화선은 화두보다 내용이 긴 공안을 ‘무’, ‘간시궐’, ‘정전백수자’ 등 1~5자로 단축, 간소화시켜 보다 간편하게 참구할 수 있도록 하게 한 것이 간화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윤창화
공안선은 공안의 의미 파악을 통하여 지혜를 기르는 것을 중시했고, 간화선은 화두 참구를 통하여 먼저 번뇌 망상을 제압한 다음 지혜를 기르게 한 것이다. 거의 같으면서도 초점은 좀 다르다. 그 밖에 공안은 참선자의 공부를 점검하는 학인접득(學人接得)의 방법으로 쓰였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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