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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톨릭 상담가를 만나다

기자명 법보신문

가톨릭 명상 수행 통해
지도자 중요성 깨달아

 

▲산타모니카 성당의 제임스 핀리.

 

 

오늘은 산타모니카해변 근처에 있는 카톨릭 성당을 방문하는 날이다. 산타모니카는 태평양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아름다운 해변으로 아주 유명하다. 태평양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가는 도중 무진 스님은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으로 말씀하신다. 내가 좋아할 만한 분이라고 장담하신다. 그는 오랫동안 가톨릭 신부였다가 재가자로 돌아가 현재는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종교를 초월하여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아름다운 성당과 끝이 보이지 않는 부속 건물이 나를 놀라게 했다. 먼저 성당 안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왠지 들어가기가 어색했는데 이곳 미국에서는 궁금증이 발동이 되면서 자연스럽다. 중앙에 그려져 있는 예수님과 그 옆으로 모셔진 성모마리아상. 그리고 그 옆으로 올린 여러 개의 촛불이 정겹게 느껴진다. 어느 종교사원을 방문하든 차분하고 엄숙한 느낌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핀리(James Finley). 스승인 토마스 머튼의 가르침에 따라 수사로서 6년간 묵언명상수행을 했다고 한다. 맨발로 문밖으로 나와 반갑게 맞아 주는 그의 모습은 아주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푸근하고도 깊은 미소는 방문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나의 관심사는 수행이다. 과연 가톨릭에서는 수행을 어떻게 할까? 그의 표현을 빌리면 수행이란 무엇을 하든 온전히 집중하면서 고요함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수행은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모든 곳에서 발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신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상담을 한다는 것은 그냥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내담자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완전성을 찾게 해주는 것이란다. 우리가 슬퍼해도, 고통을 당해도 우리 속의 신은 슬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다는 것이 그가 이해하고 있는 신이다. 그 내면의 신을 발견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불교에서 말하는 불성의 개념과 너무도 비슷하다. 그는 매주 화요일 저녁 가톨릭 사람들에게 명상수행지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가톨릭에서는 어떻게 명상을 지도할까? 며칠이 지나 선센터의 카라(Cala)와 함께 명상수행에 참가했다.


30분정도 제임스가 명상에 대한 도입부분과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과 함께 연결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참가자 전원이 나간다. 강당의 불을 모두 끄고 촛불을 몇 개 켠다. 한사람씩 합장 반배를 하고 들어온다. 각자의 자리에 모두 앉으면 종을 울리고 모두 명상에 들어간다. 30분이 지나고 손뼉을 한번 치면 행선이 10분가량 시작된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종이 울리고 명상한다. 끝나고 10분간 쉬는 시간을 갖고 질문을 받는다. 그는 아주 깊게 수행한 사람으로 보인다. 몸에서 나오는 따스함과 섬세함이 모든 사람에게 전달된다.


칼라는 명상도중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명상 중에 외로움과 직면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자 “우리는 모두 외롭고 그 외로움을 함께 느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때 외롭지 않다”고 답했다. 신도 외로운 존재라고. 우리와 외로움을 함께 한다고. 그는 아주 따뜻하면서도 섬세하게 질문을 풀어나갔다. 한 순간도 권위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강의를 들은 후에 그를 향해 존경하는 마음을 쏟아낸다.


나는 그의 명상지도에 참가하면서 수행지도는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누가, 어떤 사람이 지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가톨릭 신자가 명상을 얼마나 알까?’ 싶지만 그의 몸과 말에서 흘러나오는 수행력과 평화의 힘은 나의 예상을 빗나가게 했다.

▲자우 스님

이렇듯 현재 세계적으로 타종교에서 불교의 명상을 도입하여 열심히 신도의 수행을 돕고 있고 또 그런 종교지도자들이 존경받는 추세다. 명상과 참선지도에 대해 좀 더 섬세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현대인들을 지도하기 위한 노력이 한국불교에도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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