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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로 간 아이들

자연·문화 쉼쉬는 사찰은

아이들 최고의 생태놀이터


아름다운 감성 키워가도록
더 많은 사찰 관심 갖기를

 

처서(處暑)가 지났다. 햇볕은 누그러지고 모기의 입은 비뚤어졌다. 더위도 가을바람에 한결 숨이 죽었다. 한여름 따가운 태양을 피해 방학을 맞았던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왁자지껄 붐비던 바닷가 유원지도 평온을 되찾았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들판에 벼가 익어가듯이 아이들의 공부도 풍요롭게 익어갈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면서 산사(山寺)도 덩달아 고요를 되찾았다. 동심(童心)이 떠난 자리에 가을 풀벌레 소리가 적막하다. 올해는 유독 아이들을 위한 산사 템플스테이가 많았다. 휴전선 인근에서 제주도까지. 산사마다 아이들로 붐볐다.


템플스테이는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산사는 산업화로 고향을 잃고 부초처럼 떠도는 현대인에게 어머니 품과 같은 곳이다. 자글자글한 어머니의 주름에서 느끼는 포근함, 편안함, 따스함이 그곳에 있다. 떠나 온 고향의 푸른 숲과 맑은 개울이 있으며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스며있다. 요즘 아이들도 고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도심에서 태어나 고향 자체를 가져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회색빌딩 숲에서 입시경쟁에 학교폭력에 게임중독에 더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작고 여린 가슴을 부릴 작은 공간조차 없다.


산사는 그런 아이들의 고향이다. 자애로운 할머니의 품이며 나긋나긋한 미소다. 올해 산사 템플스테이는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참선을 하고 숲길을 걸으며 수행자의 삶을 맛보기도 하고 한문공부와 예절교육을 통해 선조의 지혜를 체험했다. 영어 템플스테이로 어학연수를 대신하고 환경 애니메이션과 다큐를 감상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가족이 함께 산사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가족 힐링 캠프도 좋았고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부모들이 함께하며 화해했던 마음나누기 템플스테이 또한 감동이었다. 겨우 2~3일, 길어야 일주일의 산사 생활. 그러나 입시경쟁과 게임기 대신 느림과 비움,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에 깃든 아이들은 산사가 주는 감동에 푹 젖었을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침체기를 걷던 사찰 어린이법회가 2008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4년간 68.9%나 성장했다. 조계종 포교원의 통계다. 아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포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템플스테이를 포교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기독교의 공격적인 선교행위와 다를 바 없다. 나눔과 배려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아이들에게 산사를 개방해 자연을 체험케 하고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다. 자연과 전통문화의 현장에서 뛰놀다보면 생각의 여백이 열리고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마음속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산사는 기꺼이 놀이터가 되고 멘토가 되고 자애로운 할머니가 돼야한다. 이런 경험으로 아이들은 커서도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감성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템플스테이가 상업화로 물들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도 세간의 놀이문화를 끌어들여서는 곤란하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밝은 달빛, 여름에는 맑은 바람, 겨울에 흰 눈이라. 마음에 걸림 없어 한가롭다면 이것이 인간사 좋은 시절이라네.” 조주 스님의 말씀이다.

 

▲김형규 부장
내년에는 더욱 많은 산사들이 아이들에게 개방됐으면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전통문화를 아끼는 아이들이 이 땅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조주 스님의 말씀에 귀 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더불어 불교와의 인연폭도 넓어지리라.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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