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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 항목 집착보다 불교적 삶 살아야 참 불자”

  • 집중취재
  • 입력 2012.08.27 12:51
  • 수정 2012.08.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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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개혁의 키워드-재가불자]6. 전문가 대담

① 스님 향한 불신·맹목 이중성
② 불목하니 전락 ‘재가종무원’
③ 사찰운영 아웃사이더 ‘신도’
④ 비판 기능 퇴색 ‘재가단체’
⑤ 멀어진 지계 흔들리는 정체성

⑥ 전문가 대담

 


 

본지는 한국불교 재가불자들의 역할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불교개혁의 키워드 재가불자’ 특별기획을 마무리하면서 전문가 대담을 진행했다. 8월21일 본지 지대방에서 김형규 편집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는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과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영철 콘텐츠개발원장이 참여했다. 편집자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과 손석춘 건국대 교수, 이영철 콘텐츠개발원장이 8월21일 본지 지대방에서 재가불자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 최근 백양사에서 발생한 승풍 실추 사건으로 스님들에 대한 비판이 많다. 특히 스님들이 계율을 파괴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일반인들 뿐 아니라 재가불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님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님: 재가불자 내지 일반인들은 스님들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고, 편향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술과 담배를 하느냐가 아니라 스님으로서의 도덕 윤리가 있느냐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테면 불교 사상과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와 시대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가, 혹은 사회역사의식을 통해 대중과 중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자비보살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가 등 균형감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스님들에 대한 비판도 바르게 진행될 수 있고, 불교 바로세우기도 가능하다. 그런데 재가불자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이미지로서만 스님들을 바라 보고 있다. 그렇다보니 산중 토굴에서 수행하면서 계율만 지키면 존경받고, 그렇지 못하면 무조건 비판받는다. 이런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이 원장: 스님을 평가하는 기준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어떤 삶을 사는가가 더 중시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출가자이기 때문에 요구받는 점도 분명 있다. 재가자는 스님을 마음의 스승으로 보기 때문에 늘 나하고는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종교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손 교수: 승가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스님 말씀에 동의한다. 그러나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논란이 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스님도 있지만 수행자로서 넘어서는 안 될 경계를 쉽게 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스님들이겠지만 마치 자신이 경허 스님과 같은 경지에 오른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스님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위의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종단 차원에서 스님들에 대한 재교육이 시급해 보인다.

 

이 원장: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종단의 감찰 사법기능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스님들의 범계 행위가 발생했을 때 종단에서 단호하게 대응했다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또 출재가의 공업의 문제일 수 있는데 만일 승풍 실추와 같은 그런 사례를 봤을 때, 신도들이 그 절에 가지 않겠다든지 적어도 일정기간 보시를 하지 않겠다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쪽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신도들은 계속 보시를 한다. 그런 점에서 스님이나 신도 쌍방의 잘못이 가볍지 않다.

 

스님들 일탈 계속되는 건

재가자들의 침묵이 한 몫

 

계율 지키지않는 스님에겐

공양거부운동이라도 해야

 

사회: 계율 문제와 함께 최근 출가한 스님들의 교양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는 스님들이 사회의 선지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님들의 지식이 일반인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다.

 

스님: 어찌됐든 출가의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 출가의 취약점은 출가자의 선별 기준을 연령, 학력 등에만 두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출가자의 기본적 교양수준을 평가하고 발심과 원력이 있는지 등 내용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출가자를 선별한다면 이런 문제는 차츰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런데 현재 우리 종단의 출가제도는 계량화된 수치만을 근거로 출가자를 받아들이고 있어 문제다.

 

이 원장: 그 시대 불교의 위상이 곧 출가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 시대에 가치 있는 종교로 평가 받는다면 더 우수한 자원들이 출가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부분이다. 우선 종단의 교육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출가자의 그 동안 삶이 어떻든 간에 일단 절에 들어오면 출가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한문 공부를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스님들의 교양수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종단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사회: 한국불교에서는 재가자들이 스님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스님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있고 또 하나는 무조건적인 불신이다. 이런 양 극단이 발생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스님: 스님 교육도 중요하지만 신도 교육도 중요하다. 재가자들이 불교공부를 통해 불교정신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불교가 수행과 보살행, 즉 비움과 나눔의 정신이라고 본다면 재가불자들이 스님들을 모실 때도 그런 정신에 맞게 스님들을 공경해야 한다. 그런데 신도들은 불교 공부를 게을리 한다. 절에 나오는 것도 불교 공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재가불자들이 불교에 대해 바르게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보니 스님에 대해서도 맹목적이고, 때론 편향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원장: 불자라고 했을 때 매월 한 두 번은 절에 가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막상 법회에 가서 법문을 들으면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말씀을 하는 스님들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결국 재가자들이 스님들을 불신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스님들이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우선 크다고 본다. 또 맹목적인 추종과 관련해서는 현재 한국불교의 근원적인 문제에 있다고 본다. 한국불교에서 출재가를 막론하고 부처님을 다른 종교의 신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흐름 속에서 스님이라는 존재를 브라만(인도 카스트제도에서 최상위 계층)적 관계로 보고 있다. 스님들도 그런 대접에 익숙해 있다. 맹목적인 추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교가 다른 종교와 명확히 다르다는 불교관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손 교수: 이 원장님의 말씀처럼 최근 한국의 불교문화가 점점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마치 붓다라는 유일신을 숭배하는 모습이다. 절에 가면 스님들에게 큰 절을 하는 것은 불교의 고유 전통이자 문화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돌아보게 하는 측면일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어느 절에서 한참 어려보이는 스님이 연세 지긋한 신도에게도 당연하게 절을 받는 것을 목격하면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신도들에게 큰 절을 받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 이런 문화는 스님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재고해봐야 할 문제이다.

 

스님: 동의한다. 승가는 기본적으로 삼보이고 재가자들에게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신뢰와 존경이 권력의 관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신도들은 독신비구로 살아가고 채식을 하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모습에 존경과 신뢰를 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님들은 이런 것을 마치 특별한 권위로 여기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청빈 속에서도 자비롭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연민과 애정을 주는 내용적인 면에서 감동을 주고, 그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출가자들은 성직자라는 권위만을 내세우고 있다. 종교인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손 교수: 훌륭한 스님을 만나면 기꺼이 절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이유로 스님들에게 무조건 절을 하도록 강요된다면 거부감이 앞설 수 있다. 또 스님들이 절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면 자신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게 되고 권위의식에 사로잡힐 수 있다. 대중이 불편하게 여기고 시대와 맞지 않는 전통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종단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절을 하는 문화를 개혁하는 운동을 전개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사회: 통계를 보면 월 1회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비율이 불교는 23%, 개신교 93.8%, 가톨릭이 87.2%이다. 신도들이 절에 가서 법회에 참석하고 수행을 하는 것은 곧 불자의 정체성에 직결되는 문제다. 재가불자들은 이를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손 교수: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불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흔히 불교에서는 자등명 법등명라고 말한다. 반드시 절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기보다는 일상에서 참 불자로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법보신문에서 제시한 ‘참 불자로 사는 방법’이라는 도표를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재가불자들이 일상에서 불교적 가치에 맞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스님들 모습 수행자에서

브라만적 성직자로 변질

 

재가자들도 오계 지키며

스님에 대한 맹목 버려야

 

스님: 일부에서 불교가 위기라고 하면서 그 대안을 이웃종교에서 찾으려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불교사상과 정신은 이웃종교와 지향점이 다르다고 본다. 신행도 다른 종교의 형태와 같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웃종교와 비교해서 법회에 얼마나 자주 가느냐를 따지고 신도들을 조직화하고 세속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법회나 기도, 보시를 얼마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불교적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생명평화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정직하게 사는가, 이웃과 나누고 친절하게 사는가 등이 더 중요한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 원장: 한국사회에서 종교참여율이 높은 것은 특수한 흐름이다. 통계에 의하면 북유럽의 경우 정기적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인구가 5%에 불과하다. OECD에 가입된 국가의 평균을 보더라도 종교 활동 인구는 15% 이하이다. 다만 불교가 법회 참석율이 저조한 것은 조금 다른 측면에 있다고 본다. 그것은 법회에 가더라도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하고 나서 불교의 종교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를 짚어 보아야 한다.

 

사회: 불자의 정의도 중요하다. 흔히 불자의 기준을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자들은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 지계수준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스스로는 불자라고 말한다.

 

이 원장: 개인적으로 불자는 부처님을 교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본다. 경전을 많이 보지 않더라도 붓다가 살았던 삶 전체를 받아들이면 엉뚱한 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불교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기본적 틀이 잘못돼 있다고 본다.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 실천을 자기 삶의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느냐가 불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스님: 광의적으로 불자라고 한다면 부처님의 삶을 내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불교가 하나의 교단 조직이기 때문에 불자를 규정할 때 신도입문과정을 받고, 삼보에 귀의하게 하고 오계를 받는 등의 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자라는 규정도 조금 더 폭넓어져야 한다. 부처님의 연기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해서 오계를 기본 도덕윤리로 하고 팔정도와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오계도 계율 항목 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령 훔치지 말라는 것도 단순히 절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노동과 소득, 분배라는 경제정의에서 실행돼야 할 윤리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불자라는 규정도 불교적 삶을 사는 것과 그렇게 하기 위해 교육과 신행을 철저하게 지키고 따르도록 노력하는 사람 정도로 기준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사회: 교단은 사부대중으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한국불교는 비구 스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사부대중 공동체라면 사부대중의 합당한 역할과 지위가 필요하다.

 

스님: 비구 중심이라기보다는 저마다의 역할이 다르다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비구 스님들이 독선적이고 일방적이고, 소통을 하지 않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부대중 공통의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 비움과 나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깨달음의 세계 등 사부대중 공통의 원력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지향점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와 법적인 장치, 문화적 풍토를 이뤄야 한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53선지식의 이야기가 해답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등장한 53선지식의 직업은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역할을 진행하면서 결국 하나의 불교공동체를 끌고 간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비구, 비구니, 재가신도, 그리고 NGO 활동가들이 불교의 이상적 세계를 위해 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협업을 가로막고 있는 잘못된 의식과 제도, 관행 등은 상호간의 논의를 통해 고쳐가야한다.

 

손 교수: 사부대중 공동체라고 하는데 물론 각자의 역할은 다르다. 대부분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평등이라는 차원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평등의 불교’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사부대중 공동체에서 스님들의 역할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을 통해 대중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재가불자의 역할은 승가를 외호해 스님들이 정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진정한 사부대중 공동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사찰운영위 효율적 관리로 사부대중 공동체 실현”

 

스님: 실상사나 불광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님들이 종교적인 역할만 할 뿐 나머지 종무행정은 사찰운영위원회에서 진행한다. 사찰운영과 관련해서는 기본 계획을 기획하고 재정도 신도회 중심에서 관리한다. 이런 사례를 현실화시키고 확산시키면 사부대중 공동체 구현은 쉽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일각에서는 재가자들의 제도권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스님: 요즘 재가단체들이 사부대중공동체를 요구하면서 재가자들이 중앙종회 등 제도권에 들어가야 한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재가자들이 꼭 제도권에 들어가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재가단체들이 이 부분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오히려 한국불교에서 재가자들의 신행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불교적 정신으로 살아가고, 사회에 보살행을 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자꾸 종단 구조 속에서 일을 하려고만 하다 보니 재가자들의 역할이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이 원장: 조계종 종무기관이라고 하면 스님들이 수행을 어떻게 잘하도록 할 것인가가 중점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가신도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불교적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런 구조가 잘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교단의 운영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교단의 운영과 출재가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는 변화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재가자들도 뭔가 저 구조 속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손 교수: 재가불자가 종단의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오히려 단위 사찰에서의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아래서부터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사찰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다. 주지스님 1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실이 바뀔 것이고 대중공의를 통한 종무행정도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이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사회: 종단은 종법을 개정해서 사찰운영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했다. 기존의 형식적인 기구에서 심의의결 기구적 성격을 갖게 됐다. 사찰운영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나.

 

이 원장: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사찰운영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게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다만 기왕에 진일보한 제도가 마련됐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종단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가령 사찰운영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성공한 사례를 제공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사찰운영위가 사찰을 운영하는 책임 있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을 출재가 동수로 해야 할 것이다. 위원도 임의로 해임할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주지스님 맘에 안든다고

종무원 해임하는건 불합리

공채 인사시스템 도입해

신분보장 해야 행정 안정

 

스님: 그 동안 사찰운영위원회가 잘 안됐던 것은 관광사찰과 같은 공찰에서의 문제로 보인다. 나머지 사찰들은 대부분 기존에도 사찰운영위원회를 두고 잘 운영해 왔다. 예를 들어 불광사나 화계사 등 신도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끊임없이 교육을 진행하는 사찰의 경우 재정적인 면에서 신도와 스님들간의 협업이 잘 진행된다. 그러나 문화재관람료 사찰 등 관광사찰의 경우 신도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정립하지 않아도 재정이 쉽게 들어온다. 그러니 스님들도 특별히 관심이 없고, 오히려 사찰운영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 성공한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정도 규모를 갖춘 사찰에서부터 욕심을 내지 않고 시범적으로 진행하다보면 나머지 사찰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으로 본다.

 

손 교수: 사찰운영위원회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욕심을 경계하는 스님의 지적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총무원 차원의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실현가능하다. 대만의 경우 사찰운영위원회는 사찰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그 수준까지 가려면 주지평가에 반영한다든지 스님을 평가하는 주요지표로 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 사찰종무원 문제에 있어서도 처우개선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대안은 무엇인가.

 

스님: 급여수준도 중요하지만 사찰종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스님들이 마음대로 종무원을 해임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재가종무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역할과 처우를 하고 있는 사찰도 늘고 있다. 다만 이런 스님들이 주지에서 물러나면 재가종무원도 함께 떠나야 하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손 교수: 사찰 재가종무원도 총무원 차원에서 공채로 선발해 각 사찰에 발령하는 인사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주지스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종무원을 임의대로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불합리한 일이다. 만약 주지스님과 갈등이 생기거나 다른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서 근무를 할 수 없는 조건이 된다면 다른 사찰로 발령을 낼 수 있는 등의 인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 한국불교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재가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 재가단체들은 종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1994년 종단 개혁의 주체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재가단체들은 예전처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원장: 종교적 성격을 띠는 NGO 단체들이 잘 운영되지 않는 것은 보편적인 경향이다. 그 원인은 일단 운영하는 콘텐츠와 기획, 그리고 재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기획을 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인력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단체를 유지할 수 있는 인력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핵심적인 원인이다. 또 하나의 원인을 들자면 스님이든, 재가불자든 간에 불교계는 NGO조직의 가치를 서로 공유하지 못했다. 즉 있으면 좋다는 수준이지 꼭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관심은 교계 단체들의 존립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본다.

 

스님: 재가단체의 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재가자들의 승단에 대한 비판기능의 문제를 먼저 짚어 보아야 한다. 승단에 대한 재가의 비판 기능은 공양거부와 청법거부 운동이라고 본다. 그런데 재가불자들은 이런 의식이 없다. 그냥 ‘부처님 보러 절에 가지, 스님 보러 가느냐’는 식으로 외면해 버리고 만다. 그러니 반불교적으로 게으르게 살아도 재정적으로 유지가 되니까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반사회적이고 반불교적인 언행을 하는 스님이 있다면 재가불자들은 그 절에 가지 않고 스님의 법문도 듣지 않겠다는 단호한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풍토가 조성되면 승단은 자정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재가단체의 역할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가단체들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손 교수: 재가단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재가자들의 책임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단체에 대한 목적이 뚜렷치 않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고 회원이 되면 어떤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단체는 존속하기 어렵다. 우리사회 어떤 분야에서 불교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하고자하니 힘을 모아달라는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하지만 재가단체는 현재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회: 마지막으로 한국불교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기 위해 향후 재가불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역할이 있다면.

스님: 승단이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해서 종단을 향해 무조건 비난과 적대감, 불신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현실을 성찰하고 진단하면서 불교적 삶이 무엇인가를 공부하고 이를 실천하는 승단을 믿고 외호하는 운동이 사찰단위에서 이뤄질 때 한국불교가 바로 설 수 있다.

 

이 원장: 출재가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삶을 중심에 두고 신행을 해야 한다. 부처님에 대한 실재적 삶을 공부하고 닮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사회적 화두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 교수: ‘참 불자로 사는 방법’ 표를 보면 불교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재가불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어 실천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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