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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혼 위기의 부모님

기자명 법보신문

자녀의 가족 사랑이 화목 이끄는 원동력

 

▲사이쿄인에서 지내다가 히로나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제자들도 있다.

 

 

Q, 부모님이 매일 다투다가 결국 엄마가 집을 나갔습니다.


저는 고2 여학생입니다. 예전에는 부모님과 언니, 저 네 식구가 정말 사이좋게 지냈었는데 제가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빠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셨어요. 아빠는 한동안 집에서 요양하시다가 요즘에는 별로 힘들지 않은 일용직으로 나가십니다. 직장을 그만둔 아빠 대신 엄마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아빠가 집에서 요양을 하시느라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지내게 됐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옛날 분이라 항상 집안일은 엄마가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엄마는 야근도 있는데다가 일이 힘드셔서 집에만 오면 쓰러져 주무시거든요. 그런데도 아빠는 할머니와 같이 엄마에게 집안일을 하라고 야단이십니다. 그러면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힘들게 나가서 일하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소리치십니다. 이런 식으로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그 사이서 언니와 저는 무척 괴로웠습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간 뒤 핸드폰 번호까지 바꿔버리셨어요. 엄마의 연락처는 저만 알고 있고 다른 식구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언니는 항상 아빠 편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를 버리고 나간 엄마가 이해 안 된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엄마 입장을 잘 이해하거든요. 저는 엄마가 너무 불쌍합니다. 엄마가 다시 집에 돌아와 예전처럼 식구가 함께 살았으면 하는데, 엄마는 “집에 오면 다시 부부싸움이 반복될 것”이라며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으십니다. 저도 내년이면 고3인데 엄마가 집을 나간 후로는 공부에 집중도 안 되고 매일매일이 불안하고 힘듭니다. 할머니와 아빠가 엄마를 좀더 인정해 주고 다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엄마가 같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사이에서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6세, 여고생)

 


 

A. 편지를 보니 학생은 막내지만 부모님에겐 아주 큰 존재임을 알 수가 있군요.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냈던 가족이 아빠의 교통사고로 인해 깨졌다는 이야기는 정말 가슴 아픕니다. 그러나 아빠의 교통사고는 어쩔 수 없이 이미 일어난 일이지요.


먼저 가족 하나하나의 입장을 살펴봅시다.


엄마는 아빠가 사고를 당했을 때 아빠의 몸 상태를 제일 먼저 걱정했을 거예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인 걱정이 더 커졌지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족이 제대로 생활하려면 어쩔수 없이 엄마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너무나 커졌기 때문이지요.


아빠는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 가족의 생활이 어려워진데다가 몸도 말을 듣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괴로운 마음을 혼자 추스르지 못하고 점점 엄마에게 속상한 마음을 풀려고 하다 보니  싫은 소리를 하게 된 것이겠지요.


할머니는 사고를 당한 아들 걱정, 손녀딸들 걱정 때문에 잠 못드는 날이 많았을 거예요. 게다가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기 때문에 이제 더욱 힘들어졌지요. 할머니는 옛날 사고방식 때문에 엄마를 나무란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하는 억울한 마음으로 엄마에게 싫을 소리를 하셨던 게 아닐까요?


언니와 학생도 엄마가 집안일보다 바깥일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을 보면서 불안감과 외로움을 느꼈을 겁니다. 학생은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 외로운 마음을 메울 수가 없어 할머니에게 반발하기도 했겠지요? 이런 식으로 가족 모두가 서로를 생각하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아져 마음이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아저씨는 부모에게 심한 학대를 받아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언제나 “다시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해요. 보호시설 선생님조차 “아이들이 심한 상처를 받으면서도 폭행을 가한 부모와 다시 살고 싶다고 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나는 그것이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더라도, 어떤 부모더라도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은 가장 소중한 일이지요.


그럼 학생 가족이 다시 예전의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해야 할까요?


우선 학생과 언니가 태어났을 때의 가족사진을 꺼내서 봅시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을 살펴보세요. 더없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나요? 당시 아빠는 엄마에게 진심으로 “정말 고생했다. 고맙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도 예쁜 손녀딸이 태어나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가족 모두가 행복했던 그 당시 마음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빠는 아이를 낳기 위해 고생하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감사의 마음을 깨달을 것이고, 아빠 마음이 달라지면 할머니의 마음도 꼭 달리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먼저 아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학생이 노력해보세요.


“아빠, 내가 태어났을 때 몇 그램이었나요?”“내가 뱃속에 있었을 때 엄마는 입덧이 심하지 않았나요?” 등 학생은 그 당시를 상기시키는 질문을 아빠에게 던져보세요. 그러면 아빠도 “그때 엄마가 고생 많았지”라고 생각할겁니다. 아빠 마음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게 되면 일단 성공한 거예요. 그것이 바로 딸로서 학생의 역할입니다.


사람에게는 각각 역할이 있어요. 지금 학생의 역할은 틀어진 가족 마음을 다시 결속시키는 일입니다. 언니에게는 또 다른 역할이 있어요. 아마 언니는 그 동안 아버지 심부름을 열심히 해왔을 테니 그 역할을 계속하면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 역할은 몸이 불편한 아들과 손녀들을 돌봐주는 일입니다.


현재 엄마의 역할은 학생이 대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학생과 가족들은 잊지 말아야 해요. 아이를 낳을 때 힘들었던 그 마음으로 엄마는 열심히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학생은 엄마 마음에 보답하기위해서라도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부모님 문제는 당장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아빠의 마음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히로나카 스님
지금 학생이 할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할머니의 일을 돕고 대화를 많이 나누자. 학생이 할머니와 가까워지면 그동안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엄마에 대한 안 좋은 감정도 점차 누그러질 겁니다.
2. 언니와 학생이 집안일을 분담해서 하도록 합시다.
3. 마음을 굳게 먹고 공부를 합시다. 학생의 그런 자세가 가족을 재결합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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