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종단의 개혁-6
50. 종단의 개혁-6
  • 이도흠 교수
  • 승인 2012.08.28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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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관점에서 출발한 4대강
전략적 대안 제시로 대응해야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의 경우, 참다운 수행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정치와 거리를 두면 둘수록 정치적 힘은 증대하는 역설이 작용한다. 그것이 종교와 권력, 성스런 세계와 일상 세계와의 역학관계다.


그렇다고 모두가 탈정치의 전선에 서지는 말자. 다른 스님과 불자들은 충분이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일상에는 겹겹이 권력이 스며들어 있고, 모든 정책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내재되어 있다. 이런 현대 사회에서 정치성을 배제하는 그 자체가 외려 정치적이다.


4대강 사업 반대 집회 때 연단에 올라온 스님과 성직자의 일성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각 종교가 가지고 있는 생명관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총칼과 정보력이 없는 시민계층이 자본 및 국가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무기는 도덕적 헤게모니와 정의와 평화를 향한 열정이다. 간디의 사례처럼, 도덕성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근본으로 해야 싸움도 정당성을 가지며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새만금도, 4대강도 모두 정치적 관점과 장기집권의 야욕에서 시작되었다. 생명을 죽이고 갈등과 전쟁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정치적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현장에서, 정치적 관점을 포기하는 그 순간 싸움은 이미 패배를 상정한 것이다. 정치경제적 관점과 저항을 수반하지 않는 운동은 ‘운동의 순수성’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모든 저항을 무력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한국 불교는 이제 충분히 정치적이어야 한다. 선거 때나 어떤 담론이 이슈가 될 때마다, 몇몇 큰스님이나 주지, 소임자의 지지 성명에 따라 기울어질 것이 아니라, 4부대중이 모두 참석하는 각 후보자와 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공개적으로 열고 어떤 것이 가장 불법에 합치하는가 공의를 모으며 이를 제도화한다. 그래야 불자들은 정치적 학습을 하고, 정권은 야합할 수 없게 되며, 권승들을 중심으로 한 카르텔도 서서히 무너지고, 결국 불자들의 뜻과 의지에 부합하는 정치가 꽃피울 수 있다.


불자들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환경과 생명운동으로 예를 들자.
정치적 전략으로서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담론 투쟁을 한다. 장기적으로 토건카르텔을 해체하고 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운동을 하며, 모든 정책과 개발이 사찰을 포함한 지역주민의 협치(協治)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거버넌스 시스템(governance system)을 구축한다.


경제적 전략으로서 개발이익에 현혹되어 이를 지지하는 주민들을 깨어있는 주체로 의식화하고, 더 나아가 생태적 순환이 가능한 도농공동체(都農共同體)를 곳곳에 세운다. 사회문화적 전략으로, 과도한 욕망이 외려 불행을 야기하고 나누고 섬기는 소욕지족의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운동, 모든 생활의 장에서 생명의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지난 20세기에는 민주화와 통일 등의 담론을 기독교도들이 주도하였다. 21세기는 생명과 평화, 상생과 복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다행히 불교는 이들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이도흠 교수
이제 불자들이 이들 담론을 선도하고 여러 장에서 보살행을 실천하여, 그 옛날 성덕왕대처럼 불일(佛日)이 찬란하게 빛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보자.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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