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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서방(西方)-3

기자명 법보신문

서방은 방위 넘어선 상징적 개념
모든 것 모이는 중심이 바로 서방

정히 서(西)는 동(東)이 아닐 뿐이며, 상(相)은 단지 무상(無相)이 아닌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도리가 없다. 서도 상도 고정된 하나의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고정된 의미로 받아들이는 신자들 또한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비판을 듣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정토가 서방에 있다든가 십만억토 저쪽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적어도 거기에 종교적 의의가 있는 한 소홀히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방’이 하나의 훌륭한 종교적 교의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 절대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 최소한 정토교의 상징적인 방위라면, 구경(究竟)의 방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쪽을 단지 동쪽에 대비되는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은 소박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서방’을 의심하는 사람은 곧 그것을 일정한 방향으로만 간주하여, 서쪽을 동쪽 아닌 (방향으로서의) 서쪽으로 받아들이고 말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서방이나 정토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나 공히 서방을 천박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닐까.


절대적인 서라면, 동쪽으로 향하더라도 거기에 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절대적 서란) 어느 쪽을 향해 가더라도, 향하는 곳 그 모두를 서라고 해도 좋은 그런 것이다. 단순히 동쪽에 상대하는 서쪽이라든가, 서쪽은 동쪽과 다를 뿐이라고 한다면 천박한 서, 말뿐인 서에 지나지 않으리라.


진정으로 정토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가는 곳이 모두 당연히 서방일 것이다. 동쪽도 서방, 남쪽도 서방, 북쪽도 서방일 것이다. 만약 동쪽으로 향했다고 해서 그곳에 서방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토를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의 인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가는 곳곳마다 모두 서방을 향하게 될 때 비로소 정토에의 회향이 있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늘 우리를 부르는 것은 서방이다. 동으로 가든, 남으로 가든, 북으로 가든 모두 서방의 초대를 받고서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으로 가는 길도 서로 들어가는 길인 것이다. 그러한 서가 염불행자의 서방이어야 한다. 일체의 모든 방향이 서로 향해지게 될 때, 정토의 모습(淨土相)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까지 포함하는 서라고도 할 수 있다. 서를 떠나서는 동조차 없다. 그러니까 그 어느 곳이나 서방 아닌 곳이 없다. 그러한 서방일 때 비로소 불국토다운 불국토일 수 있는 것이다. 동쪽을 마주 보는 서쪽이라면, 아직 충분히 서쪽다운 서쪽으로서 자격이 없다.


진정한 서쪽이라면, 전후, 좌우, 상하를 갖지 않는다. 말하자면 방위를 가지지 않는 차원까지 순화된 것을 비로소 진정한 서쪽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바로 종교적인 의미에서 서쪽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쪽 같은 것은 극히 편협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야나기 무네요시
그러니까 서쪽은 언제나 ‘중심(中)’이다. 중심이라는 의미를 갖지 않는 서쪽은 단지 어떤 것의 한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서쪽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의 끝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걸어가더라도 그 걸음이 곧바로 서쪽으로 인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쪽은 모든 선(線)이 모이는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이러한 비판 : 서방을 동서의 대립 안에서만 파악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비판.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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