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 계율론-하

계율은 신이 아닌 인간·생명 중시
파계의 책임도 인과법에 따라 결정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불교에도 인간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이 계율이다. 계율이란 계와 율을 합친 용어로 그 의미와 성격이 서로 다르다.


계는 지악수선(止惡修善), 즉 ‘악을 그치고 선을 닦는다’는 의미로 그 적용 범위가 모든 불교도들에게 미친다. 율은 ‘승가의 규범’으로, 적용범위도 출가수행자에만 한정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출가수행자들에게 계는 그대로 율의 성격을 띠고 있어 계를 깨뜨리면 그대로 율을 깨뜨리는 구조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계와 율 가운데서 핵심이 되는 것은 계이다. 율은 출가 교단의 유지와 질서 그리고 출가수행자들의 품격을 위해 제정된 것이지만, 계는 인간 자신의 공덕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십계명에 해당하는 불교의 계명을 논한다면 율은 빼놓고 계만 가지고 이야기해야 어울린다.


불교의 계에는 근본 오계와 팔관계 그리고 보살계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계는 오계이다. 오계는 기독교의 십계와 견줄 만큼 모든 계의 기본이 된다. 오계란 살아있는 목숨을 해치지 말 것, 남이 주지 않는 물건을 취하지 말 것, 삿된 음행을 하지 말 것, 거짓말을 하지 말 것, 술을 마시지 말 것이다.

 

그런데 불교의 계가 기독교와 다른 특징은, 첫째 명령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처님이 제정한 계는 인간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범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처럼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리는 상명하달의 권위적인 모습은 없다.

 

둘째 사람들이 계율을 깨뜨릴 때에 이를 심판하는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법이라는 점이다. 기독교의 신은 인간들이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벌을 내린다. 그러나 부처님은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인간의 죄를 누가 심판할 수도 없다고 본다. 만약 인간들이 계를 깨뜨리고 죄를 지었다면 이를 심판하는 것은 신이 아니며 우주에 정해진 이치로써의 법이 심판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불교에서는 신으로부터 벌을 받을까봐 계율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인과응보의 법칙이 두려워 계율을 지킨다. 신을 믿느냐 인과를 믿느냐가 기독교윤리와 불교윤리의 큰 차이점이다.


셋째 불교의 계율은 부처와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엮어져 있지 않고 인간과 생명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기독교의 십계명은 그 가운데 무려 네 가지 계명이 인간이 신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대상이 창조신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의 오계는 모두 인간이 다른 생명들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할 대상이 세상 어떤 존재보다도 모든 생명에 있다는 점을 가르쳐 주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의 모든 교리는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보다는 신의 가치를 우선한다. 그러나 불교의 모든 교리는 신이나 부처나 살아 있는 생명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가르친다.

 

끝으로 불교에서의 파계는 부처가 씻어주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씻어진다는 점이다. 기독교는 인간이 계명을 어겨 죄를 범하게 되면 신의 섭리와 예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정화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불교는 인간이 계를 깨뜨리고 죄를 범하게 되면 결코 남이 대신해 씻어 줄 수 없고, 계를 깨뜨린 본인이 직접 참회를 하고 선업을 쌓아 그 마음을 맑혀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제열 법사
중요한 것은 아무리 과거로부터 계를 깨뜨렸다 할지라도 수행을 통해 열반에 이르면 그 허물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계율을 범하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상과 같이 불교와 기독교가 다 함께 세상의 윤리를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타력 종교와 자력 종교 사이에는 이렇게 적지 않은 차이점이 있다.
 

이제열 법림법회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