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방생의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불살생 넘어선 생명살림
세속화로 본래의미 퇴색

 
생태복원 사회관심 급증
교계 방생문화도 변해야


불교의 첫 번째 계율이 불살생(不殺生)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되니 일반적인 휴머니즘을 넘어서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한발 나아가 방생(放生)을 해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데 그치지 말고 직접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서라는 것이다. 아마 이보다 더 적극적인 생명사상도 없을 것이다. 방생은 ‘금광명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수장자가 늪이 말라 죽기 직전에 놓인 물고기들을 두 아들과 함께 구한데서 비롯됐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불교는 오랜 세월 방생을 해왔다. 끊임없이 강이나 바다에 물고기를 놓아주고 새와 짐승을 숲으로 돌려보냈다. 이렇게 살아난 생명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자비로운 그 마음들이 모여 또한 세상은 그만큼 맑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방생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방생이 뭇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수행이 아니라 개인의 복을 빌고, 돈을 버는 기복과 상업주의에 찌들고 있다. 방생이 세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방생의 계절이 돌아오면 정부에서 불교계에 공문을 보내오던 시절이 있었다. 외래어종을 방생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방생이 생명을 살리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며 뭇 생명에 위협을 가한 것이다.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이제는 기복과 상업주의가 방생의 의미를 오염시켰다. 적응력이 떨어지는 양식 물고기를 갑자기 강과 바다에 풀어 죽게 하고 겨우 살아난 물고기는 다시 그물로 잡아 되파는 일이 방생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거북과 자라 등에 매직으로 ‘소원성취’ 글씨를 써 학대를 하면서 공덕을 바라고, 방생된 물고기를 되잡아 파는 방생도량은 날로 배를 불리고 있다. 방생이 생명을 살리는 자비의 행위가 아니라 생명을 사고팔고 학대하며 욕심을 채워가는 복마장이 되고 있다.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과거 생에 비둘기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독수리에게 자신의 몸을 통째로 내어 주신 일이 있다고 나온다. 그런데 불자들은 방생을 앞세워 오히려 생명을 해치고 일부 사찰은 돈벌이로 악용하고 있다.


방생문화에도 작은 변화들이 있긴 하다. 조계사는 최근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의 자문을 받아 토종어류 치어 10만8000여 마리를 신도들과 함께 섬진강에 방생했다. 자연생태계 회복은 물론 지역어민들의 삶에 작은 보탬이 됐을 것이다.


지난 8월6일 제주 아쿠아플라넷 수족관에서 고통을 받던 고래상어 ‘해랑이’가 바다로 돌아갔다. 환경단체의 피눈물나는 방생요구 덕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어린이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며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남방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불교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동물들도 많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2009년 1895건, 2010년 2069건, 2011년 2307건 등 매년 많은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도로에서 비명횡사하고 있다. 방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생명들을 구해내는 본래의 방생 의미로 돌아와야 한다.


“모든 무리가 삶을 즐거워하지 않음이 없고, 미물도 죽음을 두려워 할 줄 아니 어찌 슬픈 소리를 듣고 차마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으리오?” ‘방생회권중서’에 나오는 방생의 마음이다.

 

▲김형규 부장
수족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차에 치여 죽는 동물들을 위해 도로를 가로질러 생태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진짜 방생이다. 주변에 귀를 기울여 보자. 슬피 울며 우리의 도움을 요청하는 뭇 생명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이제는 방생이 생명을 구하는 진정한 수행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