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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 인과와 소통

  • 법보시론
  • 입력 2012.09.10 11:08
  • 수정 2012.09.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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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너도 나도 소통을 부르댄다. 그럼에도 어떤가. 통하였다는 감탄은 잘 들리지 않는다. 되레 소통이 무장 어렵다는 한탄만 들린다. 불통이니 먹통이니 개탄이 줄을 잇는다. 생게망게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톺아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소통을 구두선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소통을 외면하고 있으니 화두가 풀릴 길이 없다.


대표적 보기가 ‘국민대통합’이다. 2012년 9월3일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가 조계종 총무원장을 찾았다. 박근혜 후보는 자승 스님을 만나 불교계에 도움을 청했다. 언론에 보도된 박 후보의 발언들에선 사뭇 불교적 색깔이 묻어난다.


이를테면 “불교에서도 소중한 덕목으로 화합을 꼽는다. 국민대통합의 길에 스님들께서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란다”라거나 “불교는 인연법을 중요하게 여긴다…국민 대통합이라는 인(因)으로 국민행복이라는 과(果)를 만들겠다. 통합을 이루면 국민이 행복해 질 것이다”라는 발언들이 그것이다.


자승 스님은 박 후보에게 “늘 하던 말씀 그대로 꿈을 이루시길 기원한다”라고,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8년 전 해인사 주지 당시 뵌 적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국민을 위한 마음이 변함없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두 스님의 덕담은 자리의 성격상 불가피한 ‘예절’일 수도 있다. 또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알 수도 없다. 다만 적어도 박 후보가 잘못알고 있는 사실을 명토박아 일러줄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국민 대통합은 인(因)이고 국민행복은 과(果)라는 박 후보의 인식을 짚어보자.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국민대통합은 ‘인’이 아니라 ‘과’로 보아야 옳다. 누구나 국민대통합을 부르댄다. 그런데 국민대통합을 들먹이는 사람들의 ‘속내’가 저마다 다르다. 아예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실 당연한 일이다. 국민대통합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볼 때 공허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채워야 할 내용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국민대통합을 이룰 것인가, 그것이 문제의 고갱이다. 그 ‘어떻게’가 바로 ‘인’이다.


하지만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에는 그 ‘인’이 보이지 않는다. 박 후보는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로 가자고 주장했다. 그 말에도 한계가 또렷하다. 가령 유신체제 아래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당한 8명을 떠올려보라. 1975년 4월8일 박정희 정권이 전격 처형한 대구-경북지역 민주화운동가 8명은 2007년 1월 사법부가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눈물 흘리며 ‘가장’을 잃었던 8명의 유가족들에게 ‘화합’은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가해자였던 박정희의 딸이자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박근혜 후보의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박 후보는 오늘 이 순간까지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사형도 법적 판단이었고 그 뒤 무죄도 법적 판단이었다며 역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살천스레 대꾸했다.


박 후보의 일방통행식 국민대통합은 이미 울산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2년 8월30일 대법원은 유족 508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최종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유족들은 1960년 4·19혁명 직후 유골 870여기를 수습, 함월산 백양사 앞에 합동 묘를 조성해 안장하려 했으나, 박정희가 자행한 5·16군사 쿠데타 뒤 유족회 간부들이 구금되고 합동 묘가 해체되는 ‘부관참시’를 당했다며 박 후보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손석춘
요컨대 박정희 시대에 억울하게 죽거나 탄압받은 숱한 국민들에게 ‘대통합’을 이야기하려면 박 후보가 먼저 할 일이 있다. 그게 국민대통합의 올바른 인과다. 그 진실을 일러줄 때 박 후보가 불교를 다시 보지 않겠는가. 종단은 물론, 박 후보 개인을 위해서도 그렇다. 

 

손석춘 언론인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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