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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종단의 개혁-8

스님 범계행위 접하는 건 다반사
시대흐름 못 따르는 계율은 속박

이번 차례엔 범계행위와 호법부 등 감시체계에 대해 알아보자.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도를 넘어서서 포교에 걸림돌이 됨은 물론, 이제 불교공동체를 붕괴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스님들이 은처를 두거나 룸살롱을 출입하며 음행을 저지르고, 해외에서 원정 도박을 하고, 도반에게 폭력을 가하며, 수억 원의 돈을 유용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종단이나 본사 사찰에서 최고의 지위에 있는 몇몇 스님들이 문제다. 대중들은 도박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외려 승단을 잘 아는 이들은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자조한다.


홍주종의 흥선유관(興善惟寬)의 말처럼, 무상보리란 것은 몸에 걸치면 계율이요, 입으로 말하면 법이요, 마음으로 행하면 선이 된다. 즉 계율이 바로 법이요, 법은 선정을 떠나지 않으니 계, 정, 혜를 따로 분리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갈 수는 없다.(‘대한불교 조계종 선원청규’)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계율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점이다. 수행이 모자란 자에게 계율은 억압이겠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선 자에게는 자유다. 계율이 도덕적 규정이 아니라 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윤리는 교리와 달리 보편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맥락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어느 종교나 사상의 윤리에 입각한 계율은 사회문화적 맥락 위에서 형성된다. 그러기에 윤리와 계율은 사회문화적 맥락이 달라지면 변해야 한다. 변하지 못하면 윤리와 계율을 통한 자유는 사라지고 속박이 된다. 지금 유교를 믿는 집안이라 해서 가장이 “남녀칠세부동석”을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이를 타당한 예법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그러기에 윤리와 계율에 대해 논하려면 먼저 사회문화적 맥락을 살펴야 한다.


필자는 문화를 연기론적으로 정의한다. 에드워드 타일러(E.B. Tylor)에서 클립포드 기어츠(C. Geertz)에 이르기까지 서구 학자들의 문화 정의는 실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나무’가 스스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풀’과 관계 속에서 “목질의 줄기를 가진 다년생의 식물”이란 의미를 갖듯, 문화 또한 타자를 자연이나 야만으로 설정하고 이것과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에서 빚어지고 해석되는 상대적 개념이다. 이에 “문화란 자연이나 야만과 구분되는 세계에서 구성원들이 세계를 나름의 체계와 코드로 해석하고 대응하면서 세계관과 상징을 형성하고 그 세계관-주동적, 잔존적, 부상적 세계관-의 구조와 상징체계 속에서 자신과 자연과 세계와 타인, 사회에 대해 이해하고 설명하고 해석하고 소통하며 끊임없이 의미의 상호작용을 하고 이 의미의 망 안에서 서로가 자신과 집단의 삶의 지향성에 부합하는 의미를 중심으로 실천하고 기억하고 전승하면서 생성하는 역동적인 총체”로 정의한다.

 

▲이도흠 교수
이 정의처럼, 문화는 상대적이자 연기적이다. 승단의 문화는 비승가문화를 전제로 하며, 이것은 상호 조건과 차이의 관계에 놓인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로 이행하면서 승단과 비승단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예를 들어, 출가라 함은 세간을 떠난 것을 이르는 것인데, 상당수의 스님들이 오프라인 상으로는 출가하였으나 온라인상으로는 세간에 머물고 있다. 핸드폰이나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속인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세간사를 접하며, 그 중 일부는 세간에서도 금지한 범계행위를 행하기도 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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