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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서방(西方)-4

기자명 법보신문

어느 부처님이든 본질은 항상 중심
서방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는 정면

정토는 중토(中土)를 의미한다. 중토는 결코 동쪽과 서쪽의 중간에 있는 국토가 아니다. 동서를 뛰어넘는 ‘중심’, 그것이 서방의 진실한 모습이다. 어디로 향하더라도 향하는 그곳이 바로 서쪽이라는 의미에서 중토이다.


그러므로 서방정토는 아미타불이 계시는 곳이라 말할 수도 있고, 아미타불이 서방에 계시는 부처님이라 할 수도 있다. 서방 속에 계시는 분이 곧 아미타불이다.


아니, 중심에 계시는 부처님을 미타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은 어떤 부처님이든 그 본질은 ‘중심’이다. 대일여래만 중앙(中)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미타는, 어느 쪽에서 오는 사람이든지 정면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정토진종에서는 본존인 미타를 ‘오마무키 사마(정면으로 향하는 분)’라 부르는데, 이는 ‘중앙’에 자리한 부처님을 높여서 하는 말이다.


미타가 우리들을 정면으로 향한다는 것은 단지 동쪽에서 오는 사람만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 쪽에서 오는 사람이라도 정면으로 맞이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정면으로 향하는 그곳을 서쪽이라 부른다. 다만 이 서쪽은 동쪽과 상대되는 서쪽이 아니라 중심에 위치하는 서쪽인 것이다. 만약 서쪽이라는 말의 뜻에 집착하여 그것을 비판한다면, 정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는 곳이나 향하는 곳이 서쪽 아닌 곳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는 서쪽이야말로 서쪽이 갖고 있는 본래적인 성질이다. 동쪽이나 남쪽, 북쪽으로 간다고 해서 발견할 수 없는 서쪽이라면, 아직 완전한 서쪽이라 할 수 없다.


동쪽의 반대되는 서쪽에 우리의 정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쪽이라는 말 자체에 빠져 버린 서쪽이라면 자유롭지 못한 서쪽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서쪽은 아미타불을 비롯한 여러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국토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서쪽이 마음의 고향이라면, 그러한 서쪽은 당연히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사람이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그런 서쪽이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향하는 마음의 여행은 본래 모두 서쪽을 지향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그 본래 지향하는 곳을 임시로 서쪽으로 부르는 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 본연의 여행은 서쪽을 향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동쪽이라 하지 않고, 서쪽이라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간 심리의 필연적인 표현이라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는 단지 정토라고만 해도 충분할지 모른다.

 

▲야나기 무네요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서방이라는 말을 덧보태는 것은 그 정토의 모습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에서 말미암는다. 서방에 있는 정토가 됨으로써 정토의 모습은 더욱 구체성을 띠게 된 것이다. 다만 ‘정토’라고만 해서는 아직 추상적이고 막연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대일여래 : 밀교의 만다라에서 다섯 방위에 부처님을 배치할 때 중앙에 대일여래, 서쪽에 아미타불이 자리한다.


*오마무키 사마 : 정토진종에서 아미타부처님을 부르는 말이다. 흔히 아미타불은 서쪽에 계시니까 동쪽을 향해서 바라보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이렇게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남쪽에서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아미타부처님께서는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서 맞이해 주신다. 이때는 남쪽의 정반대에 서있는 북쪽이 북쪽이 아니라, 바로 서쪽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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