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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그리고, 아빠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의 사찰에는 남편도 아빠도 없다”

한국 독특한 밤근무로
아빠는 가정에도 없어

 

교회에 남편들 많은것
불자들이 배워야 할 점

 

 

▲법회에 참석한 미국인 불자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정겹다.

 

 

한국을 방문했던 올 여름, 서울의 상도선원에서 행한 짧은 법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중요하고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큰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가족 구성원의 웰빙을 챙기는 데 있어서 누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요? 엄마와 아빠, 아이들 중에.”
“네, 근본적으로 불교적인 답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엄마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빠도 또한 가장 중요합니다. 자녀들 역시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최우선 순위에 놓여 있지요. 왜냐고요? 어느 누구도 나머지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가족 구성원 각자가 서로에게 깊이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지요. 만약 엄마가 불평이 쌓이고 수면이 부족하고 과로한 상태이면 그런 경우 아빠와 아이들도 편안하지 않게 되겠지요. 아빠가 하루 종일 일한 뒤 짜증스럽고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과 엄마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불편한 시간을 갖거나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엄마와 아빠도 괴로워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족 구성원 각자의 웰빙은 서로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영적인 개발에 있어서 가족 구성원 중 일부만이 수행을 한다면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로지 엄마만 사원에 가서 명상을 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엄마의 인식 수준과 아빠, 아이들의 인식 수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만약 부모들이 자녀들만 일요법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부모 자신들은 스스로의 문제점과 이슈들에 대해 바르게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자녀와 부모의 수행 수준의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간극은 마침내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가족 중 일부는 평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반면 다른 가족들은 지속적으로 해로운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자들의 의식 성장의 잠재적 격차에 대해 나는 남편, 아내 그리고, 자녀 사이에 전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거나, 또는 앞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도량에서 여성 불자의 숫자가 평균적으로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첫 번째 사람이 아마도 나는 아닐 것이다. 아빠들의 참석률은 눈에 띄게 낮다. 나는 왜 그런가를 이해할 만큼 한국의 불교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들의 불참, 남편들의 불참은 가족의 장기적인 웰빙에 어떤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중요하지 않은가?


2000년에 ‘스위스의 언어 및 종교 그룹의 인구학적 특징’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연방 통계국의 ‘베르너 하우크’(Werner Haug)와 ‘필립 워너’(Phillipe Warner)에 의해 발표되었다. 스위스 가정의 교회 참석에 대한 이번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밝혀냈다.


-. 자녀가 어른이 되어 교회에 다니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아빠의 신행 패턴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 아빠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면 비록 엄마가 충실히 교회에 참가를 해도 50명 중 단지 1명의 자녀만이 어른이 되어서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 아빠가 규칙적으로 교회에 다닌다면 엄마의 신앙 패턴과 관계없이 자녀의 3분의 2 또는 4분의 3이 규칙적인 또는 비규칙적인 예배 참석자가 된다.
-. 만약 아빠가 불규칙적으로라도 교회에 다닌다면 그의 아내가 독실한 신자이거나 그렇지 않은 자녀의 과반 또는 3분의 2가 성인이 되어 규칙적으로 또는 가끔씩 교회에 다니게 된다.


요약하면 아빠의 교회 참석 패턴이 자녀가 어른이 되어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형태에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한 사람의 아내로서 또는 엄마로서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헌신적인 불자로서의 나 자신의 모델이 나의 자녀들의 발달에 더 큰 역할을 해왔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외관상으로 기대할 수 있을 뿐 중요한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은 결국에는 나의 남편이다.


스위스 기독교 가족의 경우로부터 알게 된 사실을 한국 불자 가족들에게 적용해보는 것이 결코 무리한 확대 해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족의 종교 수행에 남편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우리 불자 아내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구와 비구니 스님, 그렇게도 적은 수의 남성들만이 절에 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찰 내에 남자들의 그룹을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서로 결속할 수 있도록, 즉 강제로 늘리도록 해야 하나요? 한국의 야간 노동 문화를 바꾸어 아빠들이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불교 지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교회의 일요 예배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기독교인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


흥미롭게도 내가 지도하는 21가구가 동참하고 있는 조그마한 불자 가족공동체에 17명의 아빠들이 규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공동체 삶에 대한 열성적인 참여자이기도 하다. 왜 그런지에 대해 아직도 나는 답을 찾아야만 한다. 그 그룹의 지도 교사인 내가 여성이고 그래서 원시의 과거로부터 유전되어 온 수컷 우두머리 콤플렉스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예배나 종교의식 등은 최소한에 그치고 우리는 주로 명상수행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구 미국인 남성들은 영적인 수행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인 세계 및 감성의 세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좀 더 개방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남성의 상당수는 이전에 기독교 및 유대교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래서 그들은 남자는 일요일 아침에 교회에 가야 한다고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다.

 

▲수미런던
스위스 가정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그 할머니의 질문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엄마와 아빠, 아이들 중 누가 제일 중요한가요? 나는 셋 모두 중요하다는 나의 최초 대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불교가 뿌리 내리고 깊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우리들은 아빠들의 참여, 남편들의 참여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번역=백영일 번역편집위원 yipaik@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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