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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종단의 개혁-9

계율 지키는 스님을 오히려 왕따 취급
호법부, 범계행위 땐 엄정한 처벌해야

아무도 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어부가 기준치 이하의 생선을 놓아주면서 주체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황홀감에 취하듯, 수행을 통하여 자유로운 스님은 계율을 지키는 행위를 통하여 환희심에 젖는다. 하지만, 그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한 수행자들이 계율을 지키는 방편은 무엇인가. 수행자들은 자아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부처님의 목소리, 업보, 감시의 시선, 그리고 범계에 따른 벌이 두려워서 계율을 지키게 된다.


가장 아래 단계의 수행자들은 벌이 무서워 계율을 지킨다. 하지만, 죄로 얻는 이득보다 벌로 인한 고통이 적을 경우, 혹은 벌을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죄의 유혹을 받는다. 예를 들어 1억 원 정도의 삼보정재를 사취했는데 벌금이 1천만 원이라면, 죄의 유혹을 받는다. 당연히 벌금은 최소한 3억 원 이상이 되도록 종법에 규정해야 한다. 음행 등 추상적인 것 또한 마찬가지다. 벌은 범계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최대치보다 항상 두, 세 배는 넘어야 한다.


벌을 받을 확률도 100%에 근접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설감시체계를 작동시키고 호법부를 독립기관으로 제도화하고 각 범계 행위에 대한 양형제를 실시해야 한다. 호법부 산하에 ‘(상설) 범계행위신고센타(가칭)’를 만들고 어떤 행위든 범계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사를 하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림은 물론 그 죄상과 벌을 공표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 벌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자율과 두려움을 상실하고 범계행위를 하게 된다. 그동안 호법부는 공정하지도 엄정하지도 않았다. 권력을 가진 이, 문중의 도반처럼 인적인 관계에 있는 자들에게 너그러웠다. 어떤 범계 행위를 하여도 권력을 가졌거나 호법부와 통할 수 있는 인맥이 있어서 벌을 받지 않는다면, 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호법부를 사법부처럼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정하고, 그 구성원은 범계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면서 공정성을 갖춘 이로 제한하여야 한다. 호법부의 수장은 반드시 선출해야 한다. 아울러, 각 범계행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적시하여 사적인 감정이 자리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


대다수의 수행자에게 계율을 지키도록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집단 내부의 감시의 시선이다. 시선은 권력이다. 방일과 탐욕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타인들, 특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계율에서 어긋난 것이 문화가 될 때 감시의 시선은 전도된다. 예를 들어, 학교 사회에서 촌지가 유행할 때 이를 받지 않는 선생이 동료 선생으로부터 외려 “너만 깨끗하고 우리는 더러운 선생이냐?”는 핀잔을 받으며 왕따를 당했다. 문화와 관례에 의하여 감시의 시선이 전도되면, 그를 어기는 자 사이에 ‘공범의 연대’가 성립하여 죄책감을 갖지 않게 된다.

 

▲이도흠 교수
그들은 외려 계율을 지키는 자를 타자로 설정하여 그를 감시하고 배제하면서 연대를 강화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이 경우 그 시선에 맞서서 계율을 지키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며, 때로는 그 집단으로부터 추방도 각오해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보편화, 일상화하는 것이다. 지금, 음주, 도박, 삼보재정의 독점적 사용이나 소유, 비구와 여신도의 사적 만남이나 동행은 이제 한국 승단의 문화가 되어 오히려 지키는 자가 도반의 시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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