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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개혁과 삼배[三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서도 불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불자들이 늘고 있다. 학식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있을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개종을 강권하는 개신교의 선교가 불편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절 집안이 불편해서다.


불자라고 밝히고 나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기억을 갖게 된 불자들이 적지 않다. 살아온 삶이 다르듯이 누구나 사회적 지위와 나이, 인격의 정도, 생각이 다르다. 그러나 불자라고 밝히는 순간 남성은 ‘일개 처사’로 여성은 ‘일개 보살’로 전락한다. 말을 높이며 공손하게 대화를 하던 스님도 불자임을 알게 되면 갑자기 말이 하대(下待)로 바뀌고 심지어 잠자코 들어야만 하는 처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불교가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는 가르침이라고는 하지만 이유없는 하대를 참는 것이 수행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절 집안의 하대는 하심(下心)의 문제가 아니고 제도, 혹은 잘못된 관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절 집안에서 바로 잡아야 할 관행 중 하나가 스님들에 대한 삼배(三拜) 문화다. 각 나라마다 절 문화가 다르니, 삼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오래됐을 것이다. 불자들은 부처님께 삼배를 하고 법상에 오른 스님에게도 삼배를 하고 그냥 스님들에게도 삼배를 한다. 삼배는 불법승(佛法僧) 삼보를 향한다. 탐진치를 버리겠다는 서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부처님께 삼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삼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부처님께는 삼배를 넘어 108배도, 1080배도, 3000배도 한다. 존경의 마음이 절로 일어서다. 법상에 오른 스님에게도 삼배를 해야 한다. 부처님 대신 법을 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상에 오르지도 않은 스님들에게 삼배를 하는 이유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미래의 부처님이요 선지식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단지 출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삼배를 받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이제 갓 출가해 나이가 한참 어린 스님이 팔순을 훌쩍 넘긴 노구의 불자들에게 삼배를 받는 모습은 불편함을 넘어 분노마저 일으킨다. 사회적인 윤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스님들에 대한 삼배가 보편화 된 것은 1947년 봉암사 결사 때부터다. 당시는 조선 500년을 거치며 떨어진 스님들의 권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굳이 스님들에게 의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불교를 공부할 수 있다. 학력이나 상식 수준도 스님들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자들에게 삼배를 강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최근엔 많은 스님들이 불자들과 함께 절을 하며 새로운 예절문화를 열어가고 있기도 하다. 또 개혁적인 스님들을 중심으로 절문화가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반목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악수 같은 형식으로 대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절은 존속돼야 한다. 사라져가는 전통예절을 수행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것이 절이다. 다만 법석이 아닌 자리에서는 한번만 하는 것으로 정리됐으면 한다. 종단차원에서 새로운 사찰예절로 권장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야 서로 불편하지 않다. 정말 법이 높고 덕이 깊은 스님에게는 누구나 절로 삼배를 하게 된다.

 

▲김형규 부장
절이 강요돼서는 안 된다. 권위는 높은 수행력과 향기로운 인격에서 나온다. 시대도 변했다. 스님들은 열심히 수행하고 불자들은 열심히 외호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절 집안만 세상의 흐름에서 비껴난 소도(蘇塗)가 돼서는 희망이 없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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