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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길 순례지만 한 걸음 없인 성취 못해

기자명 법보신문

은사이신 청담 스님께서는 평생 많은 법문과 저서를 남기셨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매우 감명 깊게 읽었던 법문이 있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렇다.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하루를 죽어가는 것이다. 가령 어느 사람이 백년의 명(命)을 타고 났다면 오늘 하루 살았다 하는 것은 24시간 목숨을 잘라버렸다는 것과 같다. 산삼 하나를 달여서 쭉 들이마시는 그 시간도 자꾸 죽어가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누워서 자는 것도 죽어가는 것이고 오고 가는 것도 다 죽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살고 있다는 것 또한 죽어 간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아도 그 또한 자꾸 가는 것이니 하루하루 돈을 모아도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생명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지만 사실 빈손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그러므로 오늘 살았다는 말은 오늘 하루 자신의 명을 태웠다는 소리이다. 이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그냥 보내고 있을 것인가.”


한 번쯤 불자들은 이 귀중한 법문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은 백년도 살지 못하는 짧은 인생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우리는 메일 아옹다옹 지지고 볶고 싸운다. 청담 큰스님의 법문대로라면 이 하루, 이 한 시간, 이 일초의 시간이 참으로 아까운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절박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한 번쯤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세상은 나 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다. 그런데 이 물질만능 시대에 사람들의 정은 날로 험악해지고 언론마다 범죄이야기로 칠갑을 하고 있다. 참으로 우울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식이 그립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참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그런 소식을 마치 숨기는 듯 접하기가 어려운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눈과 귀를 닫고 사는 스님들이야 세상의 소식을 듣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우리 불자들이 해야 할 것이 바로 마음공부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이 어지러운 것도 ‘본래 부처인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청담 큰스님은 “이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래 부처인 내 마음을 찾으면 곧 불국토가 된다”고 하셨다.


내가 108산사순례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라고 이름 지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도하는 삶은 남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게 해주는 곧 자리이타(自利利他)를 가르쳐 준다. 이것이 우리가 산사순례에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기도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백년도 못사는 이 짧은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기 위해 참회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닦고 씻기 위함이다. 또한 이 기도의 목적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을 위해서이다. 따지고 보면 이만한 정신 수행도 없고 또한 이만한 보시도 없다.


우리 속담에 보면 ‘사람에겐 일생동안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 기회란 사람에 따라 출세, 혹은 부자를 뜻하기도 하고 명예를 뜻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 세 번의 기회가 찾아왔더라도 자기의 마음 그릇을 제대로 키워 놓지 못하면 그 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가령, 목마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가지고 있는 그릇이 종지에 불과하다면 그는 종지의 물 밖에 받지 못한다. 그와 달리 대야를 가지고 있다면 더 많은 물을 받을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선묵 혜자 스님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108산사순례를 떠나 참회의 기도를 하는 것도 부처님의 가피를 얻기 위한 마음 그릇을 키워나가는 수행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비와 사랑을 담을 자신의 마음 그릇을 항상 키워 두어야 한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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