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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출판사 류지호 주간

“책은 문명이기 뒤에 숨은 공허함 채울 양식”

출판영역 확장으로 영세성 극복하고
인력 양성으로 지속가능시스템 구축

 

 

▲류지호 주간은 “사람다움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는 책 만드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여기고 있다. 

 

 

“불광출판사 운영을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2007년 2월 불광사 지홍 스님으로부터 출판사 운영 제안을 받았다. 내전은 물론 외전까지 수많은 책을 읽고 저술했던 근현대 선지식 광덕 스님이 문서포교 일환으로 창간한 월간 불광을 모태로 설립된 출판사. 광덕 스님의 책 사랑이 남달랐기에 불광의 시발점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책을 만들어내는 일 또한 불광이 반드시 해야 할 일임에 분명했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집에 장서가 5천여 권에 달할 정도로 독서광이었기에 출판에 대한 동경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살아온 것처럼 원칙과 상식을 바탕으로 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류지호(移山, 불광출판사 주간)는 그렇게 불교출판에 발을 디뎠다. 우선 직원들 각각의 업무 영역부터 살폈다. 일은 함께 하는 것이니 각자가 지닌 전문성을 하나로 엮어내는 일이 중요했다. 기획과 편집은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전문가이고 영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자 입장이 됐으니 그들이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율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본인의 몫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출판된 책에서 발행인 이름만 보였다. “분야별 전문성을 인정하고 역량을 강화할 때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이 관행을 바꿨다. 에디터와 마케터 이름도 함께 기록했다. 그들이 일한 흔적과 성과가 그렇게라도 인정받도록 하고 싶었다. 그리고 책 관련 회의에 모두가 참여토록 했다. “축구나 야구 등 운동에서 팀플레이가 중요하듯 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획부터 평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춰야 자기 분야의 문제도 스스로 진단하고 개선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기에 불만도 있을 법했다. 그러나 출판사가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필요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동안 불교계 단체와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안타까움을 여기서도 느꼈다. 일종의 열패감 같은 것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주눅 들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이 보아왔던 다른 종교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지금은 아름다운 공동체로 가는 과정
독자층 확대는 현대사회 또다른 포교


류 주간은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미션스쿨을 다니면서 보아온 사람들은 항상 자기 종교에 당당하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불교계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았다. 자신은 미션스쿨을 다닐 때 거기서 얻지 못한 정서적 안정을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 등에서 얻었다. 또 씨알의 소리나 샘터에 실린 법정 스님 글을 보면서 불교의 사고가 진취적이고 행동도 적극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82년 성균관대 입학과 동시에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를 찾았고, 대불련 활동을 시작으로 불자가 됐다. 그러나 막상 불교계 안에서 본 사람들은 언제나 스님 탓, 환경 탓을 하기에 바빴다. 그것이 싫었고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었다. 출판사에서도 그 비슷한 정서를 읽었던 것이다. 출판시장 역시 불서 출판량은 기독교계 서적의 10% 수준이었다. 독자들 손에 들려지는 수치도 비슷했다. 절대적 열세였다. 이 현실을 극복해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첫 해에는 단행본 10권도 발간하지 못했다. 불교계 출판은 스님들이 쓴 경전, 학술, 수행, 에세이를 비롯해 불교미술, 기행 등 전통적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했다. 그래서 심리학 및 명상 분야를 접목한 자기계발서 발간으로 영역을 넓혔다. “서구에서는 이미 기존 자기계발서에 한계를 느끼고 불교사상과 수행으로 눈을 돌린지 오래였습니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불교명상치료 등 연구실적을 축적하면서 관련 책들을 펴내고 있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다. 특히 웰빙과 웰다잉 바람을 타고 불광에서 펴낸 관련 서적들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적인 불교출판영역에서 탈피해 외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출판사 인지도 역시 급상승했고, 역량도 자연스럽게 강화됐다. 2009년부터 매년 20권 이상 단행본 출간이 가능해졌고, 올해는 30권을 넘기게 됐다. 직원은 2배로 늘었고 매출도 3배나 확장됐다. 짧은 시간 괄목상대할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붓다브레인’은 잊을 수가 없다. “모험이었지요. 저자의 지명도가 높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거액의 선인세 지급을 비롯해 홍보방법과 광고비 등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세 번이나 물어올 정도로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내용성과 상업성 모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류 주간은 아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오는 11월 새 출판 브랜드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불교출판은 전통, 인접분야와 새로운 분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자기계발서 등을 통해 인접분야까지 확대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새로운 인문분야로 확대하려는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하나 더하기 하나는 다섯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있다. 새 브랜드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불광은 명실상부하게 일반 출판시장에서도 중견의 위치에 서게 된다.


류 주간은 이를 “아름다운 공동체를 꾸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독자층을 확대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사회에서 또 다른 포교”라는 확신에서 시작하는 일이다. 또 있다. “불교출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곳도 생활인으로 살아가는데 장애가 없다는 가능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좋은 책을 만드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류 주간은 이렇게 한정되고 좁은 영역에서 벗어나 영세성을 극복하고, 후진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현실화 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출판은 남에게 마음의 양식을 주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하고 있는 자체가 행운이지요. 또 책은 사람이 사람다움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요즘처럼 문명의 편리함 뒤에 숨은 공허함과 가벼움을 채워줄 수 있는 것 또한 책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출판에 발을 딛고 시나브로 출판쟁이가 된 그에게 있어서 이제 출판은 삶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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