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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태어남(生)

늙고 죽어가는
괴로움의 원인
현재 마음따라 
고통극복 가능

 

태어남이란 무엇인가. 무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십이연기의 지분들 가운데 11번째에 해당한다. 이것은 늙음·죽음(老死)의 조건이 되며 또한 자체적으로는 있음(有)을 조건으로 발생한다. 태어남은 특정한 생명체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거기에는 생명체의 종류만큼 다양한 양상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인간으로의 태어남, 동물로의 태어남, 천신으로의 태어남 등이 있다.


태어남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태어남이란 무엇인가. 그렇고 그런 중생들의, 그렇고 그런 중생들의 무리 안에서의 태어남, 생겨남, 들어감, 자라남, 경험요소(蘊)의 나타남, 영역(處)의 획득이다. 이것을 태어남이라고 한다(SN. II. 3).” 바로 이것으로 인해 12번째 지분인 늙음·죽음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애초에 태어남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노쇠라든가 사라짐의 괴로움을 겪을 이유가 없다.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감관의 쇠퇴라든가 육체의 무너짐이라는 늙음·죽음의 괴로움을 걸머지게 된다. 십이연기의 연쇄적 과정을 윤회설에 결부시키면 태어남이란 죽고 난 이후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즉 내세(來世)의 재생을 의미한다. 다음의 경문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어리석은 자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 다른 몸을 받는다. 그는 다른 몸을 받아 태어남으로부터 해탈하지 못하고, 늙음·죽음, 슬픔·비탄·괴로움·불쾌·번민이라는 괴로움으로부터 해탈하지 못한다고 나는 말한다(SN. II. 24).” 이 경우의 태어남은 전생(前生)에서 누적된 어리석음이 후생(後生)의 다른 몸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일단 태어나면 바로 그 생에서는 늙음·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한평생 받아야 하는 즐거움과 괴로움은 업에 의해 미리 고정된다는 잘못된 견해에 빠지게 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SN. III. 212.) 이러한 사고는 현생에서 깨달음을 얻더라도 괴로움의 완전한 종식은 불가능하다는 자포자기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나아가 실천·수행의 목표가 현생에서 얻어지는 인격적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세에 재생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이점에서 십이연기의 태어남을 죽음 이후의 재생에 국한시키는 해석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붓다는 전생이나 후생이 아닌 당면한 현실로서 드러난 태어남과 죽음에 관심을 가졌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붓다가 이 세상에 출현한 이유일 것이다. “태어남과 늙음과 죽음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들 세 가지 법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래·아라한·정등각은 세상에 출현하지 않을 것이고, 여래가 가르친 법과 율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러한 세 가지 법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래·아라한·정등각이 세상에 출현하였고, 여래가 가르친 법과 율도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다(AN. V. 144).”

 

▲임승택 교수
붓다는 전생에 압도되어 현생의 삶을 체념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어떠한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현재의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태어남과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가르쳤다. “비구들이여, 세 가지 법을 제거하지 못하면 태어남도 제거할 수 없고, 늙음도 제거할 수 없고, 죽음도 제거할 수 없다. 무엇이 셋인가. 탐냄을 제거하지 못하고, 성냄을 제거하지 못하고, 어리석음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들 세 가지 법을 제거하지 못하면 태어남도 제거할 수 없고, 늙음도 제거할 수 없고, 죽음도 제거할 수 없다(AN. V. 144).”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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