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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회의, ‘권력’욕심 버려야

조계종 원로회의 행보가 여간 심상치 않다. 최근 종법에 명시된 권한 이상의 원로회의 권한을 갖기 위한 종법 개정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10월10일 새로운 원로회의 의장이 선출된다. 원로회의 권한 확대 종법 개정안과 새 원로회의 의장 선출. 개정안 찬반 성향과 대세 흐름에 따른 의장이 선출될 가능성도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계종에서 원로회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원로회의 의원은 승납과 법납이 찼다 해서 자동적으로 선출되지 않는다. 17인 이상 25인 이내로 원로회의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중앙종회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원로회의를 통해 선출되어야만 한다. 중앙종회의 추천이 ‘대중의 뜻’이라면 원로회의 선출은 ‘검증’과정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원로회의 선출 과정이 이처럼 까다로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종법이 명시한 원로회의의 주요 권한만 보아도 간파 할 수 있다. 우선 종정 추대권이 있다. 또한 종헌 개정안 인준권과 선출된 총무원장에 대한 인준권이 있다. 여기에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에 대한 인준권이 있다. 종단 비상시에는 중앙종회 해산 제청권이 있으며 중앙종회 해산 시 중앙종회 권한 대행권도 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원로회의니 의원 선출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미는 다른 데 있다. 원로회의에 주어진 권한은 혹여,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때 원로회의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당부의 다름 아니다. 종단 행정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더라도 종단이 바로 가고 있는지, 바로 가지 않을 때는 꾸짖어 제대로 가게 해 달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종단 어른 스님들의 덕과 지혜를 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로회의는 권한에 너무 연연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상기된 권한을 축소해야 그 의미가 더해진다. 대표적인 게 총무원장 인준권이다. 대중의 지지를 통해 선출된 총무원장을 원로회의가 다시 인준하는 건 옥상 옥일 뿐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로회의는 이와는 정 반대인 길을 걷고 있다. 원로회의는 지난 7월 중앙종회가 올린 종헌 개정 인준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되고 종단 쇄신 계획에 따라 마련한 ‘선거법’등의 공포도 보류됐다. 종단의 쇄신 노력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그 직후 원로회의 소위원회가 내 놓은 종헌종법 개정안은 충격적이다. 한마디로 원로회의가 종단의 주요 권한을 다 갖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종정을 추대 하는 원로회의가 총무원장 인준도 모자라 호계원장, 법규위원장, 교육원장을 인준하고 총림의 방장 승인까지도 원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니 아연실색해 질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멸쟁위원회’를 설치해 종단 징계 심의에도 관여하려 하고 있다. 권한도 도가 지나치면 권력이다. 원로회의 소위원회가 결정한 법안에서 읽히는 건 ‘권력욕’일 뿐이다. 그 법안 행간엔 선가 특유의 선지도, 덕혜도 보이지 않는다. 옛 선지식들이 그토록 버리라 했던 ‘명예욕’만 숨어 있을 뿐이다.


‘수좌는 이름이 좋지 않은 샘에도 가까이 가지 말라’했다. 의미 없는 시비나, 공연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일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비록 원로회의 몇몇 스님이 추진 한 법안이지만 이미 시비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지금도 늦지 않았다. 원로회의를 통해 그 무거운 ‘법안 덩어리’를 ‘놓으면’ 된다. ‘버리면’ 된다. 부처님 법은 권력에서 나온 게 아니다. 원로회의의 법력 역시 결코 권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유념해야 할 때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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