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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00제자 수기품

기자명 법성 스님

착각 속에 사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부처님

범어로 Pañca bhikṣu śata vyākaraṇa parivartaḥ인데, Pañca śata 500백을 뜻하며 bhikṣu는 비구를 뜻하고 Vyākaraṇa는 수기(授記)를 뜻하며, parivartaḥ는 품을 뜻한다. 그래서 오백제자수기품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부루나 존자가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수기 주심과 과거세 인연 이야기를 듣고 크게 기뻐하고 불공덕을 찬탄하자, 부처님께서 10대 제자 가운데서 설법 제일인 부루나 존자에게 수기를 주시는 장면이 처음 나온다.

 

무지를 반성하는 아라한

 

부처님께서는 부루나 존자가 불국토를 청정히 하기 위해 항상 정진하고 중생을 교화하며 꾸준히 보살도를 닦아 마침내 불도를 이루게 될 것임을 설하시며 부루나 존자는 법명여래가 되고, 그 나라의 중생들은 설법을 듣는 기쁨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법희식(法喜食)과 참선 삼매에 들었을 때의 즐거움으로 식사를 대신 하는 선열식(禪悅食)이라는 두 가지 음식을 먹는다고 하셨다. 이어 1200명의 아라한에게 수기를 주시는데, 그 중에서는 특히 우루빈나 가섭, 가야 가섭, 나제 가섭 등 500명의 아라한들이 수기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장면이 강조된다. 그들은 모두 보명여래라는 동일한 이름의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는다.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수행을 성취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무지한 사람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고 반성한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의주(衣珠)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이 품의 시작부분 내용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부루나는 또한 과거 칠불 때도 설법인 중에서 제일이었고 지금 나의 처소 설법인 중에서도 으뜸이며 현겁 가운데 오실 부처님 설법인 중에서도 또한 으뜸이 되어 불법을 보호하고 잘 수지하며 도와 펴리라. 또한 미래에 무량무변한 제불의 법도 호지하고 도와서 무량 중생들 교화하고 이익 주며 아뇩다라삼막삼보리 일으키게 하여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기 때문에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고 중생들 교화하여 점차 보살도 구족하게 하며 무량 아승지겁 지나서 이 국토에서 깨달음 얻고 이름을 법명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라 하리니 그 부처님 항하사 등 삼천대천세계를 하나의 불국토로 삼으리라. 칠보로 땅을 삼으니 평평하기가 손바닥과 같으며 산과 언덕 골짜기와 시내 구렁 없으며 칠보로 된 전망대 그 속에 가득하며 하늘의 궁전들 근처의 허공에 있어 사람들과 천인들 서로 만나서 볼 수 있으며 악도와 여인들 없으며 모든 중생들 원력으로 태어나며 음욕 없으며 대신통력 얻으며 몸에서 광명이 나오며 자유롭게 비행하며 뜻이 견고하여 지혜를 향해 정진하며 모두 황금빛으로 32상을 갖추었느니라. 그 국토의 중생들 항상 두 가지 식사를 하는데, 법의 즐거움으로 식사를 삼고, 선정의 기쁨으로 식사를 삼으며, 무량 아승지 천만억나유타 보살대중들 있어 대신통력과 사무애지를 얻어 중생들 잘 교화하나니 그 성문대중들 산수로 헤아려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모두 다 육신통력과 삼명과 8해탈을 갖추었으며 그 불국토 이와 같은 무량 공덕이 있으며 장엄을 성취하였느니라.…”

 

출세간과 세간의 행복한 밥상

요즘 이상국의 저서 ‘추사에 미치다’를 재밌게 읽고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추사 김정희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고 서술한 책이다. 추사 김정희는 북한산 비봉의 진흥왕 순수비를 최초로 밝혀낸 금석학의 대가이다. 단순하면서도 힘찬 수도 서울, 북한산의 기상이 그의 필체에서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세한도’에 대해 ‘삼복 더위 가운데서 한 겨울의 추위를 느낄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고 평가한다.

 

그것은 유배지에서 추사가 느낀 절대고독의 정신 상태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유마거사가 침묵의 난을 그린 불이선란도는 선(禪)의 경지를 난향(蘭香)으로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싶다. 또 이 책에는 중국 대문호 소동파에서 유래한 ‘동파육’과 추사 김정희가 즐겨 먹은 ‘추사팽’이 소개되고 있다.

▲법성 스님

제8오백제자수기품의 법희식(法喜食)과 선열식(禪悅食)은 출세간의 행복한 밥상이라면 동파육과 추사팽은 세간의 행복한 밥상이 아닐까.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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