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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과 한글반야심경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문자
정작 국내선 찬밥 신세


조계종, 의식한글화 작업
불교 세계화 위한 시발점

 

10월9일은 영민했던 조선의 군주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지 565년이 되는 날이다. 남달리 백성을 사랑했던 왕은 백성들이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했다. 학자들과 더불어 밤잠을 설치며 연구한 끝에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과학적인 문자를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신미 스님 등 당시 고승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24개에 불과한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면 표현하지 못할 소리가 없다. 쓰기도 읽기도 배우기도 쉽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문자 중 하나라는 찬탄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한글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의 드라마와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더니, 그 말을 알아듣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각지의 한국문화원과 한글학교가 밀려드는 외국인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글문양을 새긴 옷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고 외국의 스타들은 한글 문신을 몸에 새긴다. 문자가 없는 소수부족들은 한글을 그들의 문자로 차용해 새로운 미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한글은 찬밥신세다. 한글날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20대 젊은이들의 경우 30% 남짓만 한글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한글날은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조선어학회가 주축이 돼 생겼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의 말과 문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제는 두고 보지 않았다. 한 조선 여학생의 한국말 사용을 빌미로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혹독한 고문과 투옥으로 수 많은 한글학자들이 죽고 다쳤다. 힘없는 민족의 비극이었다. 엄혹한 시절, 해방의 그날까지 한글날은 민족의 가슴으로만 기억됐다.


그런데 정작 해방이 되자 한글날의 수난이 시작됐다. 정부가 바뀜에 따라 국경일과 기념일을 전전하더니 지난 2005년 공휴일 없는 국경일로 지정됐다. 불임 국경일로 전락하면서 한글날은 존재감이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한글의 오염도 심각하다. 영어와 같은 외래문자와 혼용돼 정체성을 잃어가고 인터넷에서의 축약과 비속어 등 한글파괴 현상이 심하다. 한글 파괴현상은 어린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글의 오염은 곧 우리 정신의 오염일 것이다. 걱정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불교계는 한글의 가치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해 오랫동안 금과옥조로 받들던 한문 ‘반야심경’을 버리고 ‘한글반야심경’을 공포했다. 1600여년 내려 온 한문 중심의 의식을 버리고 우리의 말과 글자로 된 의식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예불문’, ‘천수경’까지 한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종단 주요 행사에 ‘한글반야심경’이 봉송되고 있다. 행자교육을 비롯해 기본교육기관도 한글의식은 필수다. 한글로는 경전의 뜻을 제대로 옮길 수 없고 장엄미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기독교 성서를 한글로 번역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독교인들의 노력, 그 노력의 결과로 불과 200여년 만에 기독교인들이 한국에서 일궈낸 기독교 대중화의 역사를 생각하면 인식의 비루함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은 범어로 된 경전들을 오래 전에 자신들의 문자로 번역해 냈다. 그런데 우리는 한글이 창제된 후 600년이 다 되도록 경전을 우리의 문자로 기록해 내지 못했다. 반성해야 한다.

 

▲김형규 부장

한글 경시 풍조도 일소해야 한다. 이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문자 우리의 한글로 불교를 기록해야 한다. 한글의 세계화에 힘입어 한글로 된 경전을 읽는 외국인들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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