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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알콜중독 부모

기자명 법보신문

외로움이 주사 원인…가족 관심 필요

가족 내 소외감이 폭력으로
가정에서 술 마시도록 유도


즐겁게 술 마시면 주량 줄 것

자식 노력으로 바꿀수 있어

 

 

▲히로나카 스님의 절 사이쿄인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

 

 

Q.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가족에게 폭력을 씁니다.

 

저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가족들을 심하게 때립니다. 어머니가 맞아 병원에 간 적도 많고 말리는 오빠까지 때립니다. 우리가 도망가면 아버지는 우리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며 집집마다 찾아가 행패를 부립니다. 그러다가 저희가 숨어있는 집을 찾아내면 그 집에서도 난동을 부리고 피해를 줘 이제는 이웃집에도 숨지 못합니다. 할 수 없이 동네를 돌며 아버지를 피하는데 추운 겨울에는 정말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전에는 논에 있는 짚더미에서 추운 밤을 지새우다가 온몸이 얼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갓난아기 때부터 아버지의 행패를 겪었습니다. 가끔은 엄마에게 내가 어릴 때 그냥 도망갔으면 이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원망하는 말도 합니다. 차라리 어머니가 혼자라도 도망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를 버리지 않은 어머니가 감사합니다. 어머니마저 우리를 버렸으면 얼마나 비참해졌을까요.
엄마를 보면 여자의 인생이 남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에 정말 너무나 화가 납니다. 옛날부터 여자는 맞고 살면서도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것이 문제인 듯합니다. 특히 경제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살고 있는 엄마를 보면, 여자도 공부해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 사람들은 자식을 버렸다며 여자를 욕합니다. 남자 때문에 견디지 못해 나간 것인데도 말이지요. 그 여자들도 오죽했으면 자식까지 버리고 나갔을까요? 이제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우리 가족이 더 비참해지기 전에 아버지를 피해 멀리 도망가고 싶습니다.  (14세, 중학생)



A. 아버지나 남편 혹은 어머니의 알코올 중독증 때문에 상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은 주부가 부엌에서 혼자 술 마시다가 중독이 되는 경우도 많아졌지요.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술은 마약과도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고치지 못하고 퇴원하면 또 술을 마십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알코올 중독증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알콜중독자들은 가정 에서 따스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술 자체는 원래 나쁜 것이 아니에요. 술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기도 하고 기분전환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또한 가족과 함께 모여 즐겁게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적당히 맛있게 즐겁게 먹는다면 술은 우리 생활에 유익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집안이나 직장에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술을 마시면 주량이 도를 넘기도 하고 술의 힘을 빌려 화를 내거나 난동을 부리거나 쓸데없는 소리를 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지요.


학생의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왜 그런 행동을 할까요?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자는 집안에서는 난리를 치더라도 밖에 나가면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학생의 아버지는 이미 그 단계를 벗어난 것 같네요. 그럼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혹시 아버지는 평소에 집에 자신의 마음을 붙일 곳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항상 주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더불어 사는 존재이지요. 우리는 서로가 부름에 답하면서 서로 울리면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지나치게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은 남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거나 남에게 간섭 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안가더라도 누군가가 나를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무시를 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지요.


학생 집에서는 아버지가 엄마나 학생을 불렀을 때 모두가 잘 대답을 하고 있나요? 혹시 아버지가 불러도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는 그것에 대한 소외감과 불만을 느끼고 술을 드실 때마다 가족을 쫓아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학생 엄마는 아버지를 아직 사랑하시는 것 같네요. 아마 술만 드시지 않으면 아버지는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일 겁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아니라 술을 미워하지요. 그리고 엄마는 자기가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또 아버지에 대해서도 “언젠가 술을 끊을 것이다” “언젠가 정신을 차릴 것이다”라고 믿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도망가지 않은 겁니다.


여자도 열심히 공부해서 남녀평등인 좋은 직업을 가지겠다고 하는 생각은 참 훌륭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을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생각해서 아버지를 이기겠다고 다짐을 해도 좋습니다. 학생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버지처럼 술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의 주장을 똑똑히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술에 지지 않고 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지요.


그렇다고 아버지를 무시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 학생은 아버지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거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거나 아버지에게 무엇을 배우거나 해보세요. 그러면 아버지는 신이 나서 학생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실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것을 부정하지 말고 아버지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들어드리거나 술안주를 만들어서 드려 보세요.


“술 드실 때 은행을 같이 드시면 좋대요” 라든지 “술과 같이 전을 드시면 위에 부담이 안 간대요” 등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서 술안주를 만들어드리고 가끔은 술도 따라주세요.


어머니는 아마 아버지에게 술을 따라드리지 않을 거예요. 술을 미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딸은 할 수가 있어요. 아버지가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가족의 관심 속에 즐겁게 술을 드시는 분위기를 만들어드리면 아버지도 주량을 서서히 줄여나갈 겁니다.


지금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했습니다.

 

▲히로나카 스님

1. 아버지를 위해 술안주를 만들어드리고 슬을 드실때 피하지 말고 함께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자.
2. 엄마가 질투할 만큼 학생이 아버지와 가까워지자. 학생이 아버지에게 잘 해드리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질투심을 느끼면 엄마도 아버지에게 잘 해드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반드시 달라집니다.
3.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세요. 공부를 못하는 이유를 가족이나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갖추고 노력하세요.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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