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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집착(取)

집착은 특정한 대상을
움켜쥐려는 정신 작용
괴로움의 직접적 연료

 

집착이란 무엇인가. 무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십이연기의 지분들 가운데 9번째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집착은 있음(有)의 조건이 되며 또한 자체적으로는 갈애(愛)를 조건으로 발생한다. 집착이란 특정한 대상을 자신의 소유로 움켜쥐거나 붙잡으려는 정신적 작용을 가리킨다. 이것을 통해 태어남과 늙음·죽음이 펼쳐지는 있음의 무대가 뒤따르게 된다. “집착에는 이러한 4가지가 있다.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慾取), 견해에 대한 집착(見取), 계율과 서원에 대한 집착(戒禁取), 자아의 교리에 대한 집착(我語取)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집착이라고 한다(SN. II. 3).”


감각적 욕망이란 감각을 만족시키려는 욕구를 가리킨다. 이것은 매혹적이거나 유혹적인 대상들로부터 발생한다. 농토, 대지, 황금, 소나 말, 노비나 하인, 부녀나 친척 따위가 그것이다(Sn. 769게송). 특히 이것은 본능적 쾌락 가운데 으뜸인 성적(性的) 행위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용례로 나타난다(AN. V. 264). 감각적 욕망은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지만 반드시 불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건전한 경제생활의 동기가 될 수도 있고, 재가자의 경우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한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한편 견해는 어떠한가. 이것 또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견해의 유무에 있다. 인간은 다방면에 걸쳐 바른 견해를 필요로 하며 이것을 통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갈 여지를 차단한다. 그러나 견해란 양날의 칼과 같이 때로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견해에 갇혀 자기 자신을 경직되게 하고 또한 타인을 억압하게 된다. 바로 이것으로 인해 동물에게는 존재하는 않는 대규모 살육이나 전쟁 혹은 종교적·이데올로기적 박해가 발생하곤 하였다.


계율과 서원에 대한 집착은 대체로 종교인의 경우에 해당한다. 계율을 준수하고 서원을 세우는 것은 종교적 삶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인격을 다듬고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지나칠 경우 해로운 독약으로 바뀔 수 있다. 예컨대 모든 젊은이가 불살생(不殺生)이라는 계율에 얽매여 군 입대를 거부한다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또한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는 사례로서, 종교적인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하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아의 교리에 대한 집착이란 무엇인가. ‘나’로 여겨지는 현상들에 붙들려 스스로를 특정한 사고의 틀 안에 가두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이것은 ‘현재의 몸에 매인 견해(有身見)’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담마상가니’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배우지 못한 범부는… 물질현상을 자아라고 관찰한다. 혹은 자아가 물질현상을 소유한다고, 혹은 자아가 물질현상이라고, 혹은 물질현상 안에 자아가 있다고 관찰한다.… 느낌·지각·지음·의식[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자아의 교리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Dhs. 212~213).”

 

이상에서 언급한 욕망의 대상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들은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해 움켜쥐거나 붙잡으려는 집착이 생겨나면서 발생한다.

 

▲임승택 교수

이러한 집착과 더불어 스스로의 모습을 고착화하게 된다. 그리하여 집착의 노예가 되어 욕망의 울타리 안에 갇히는 비극이 야기된다. 바로 이것을 조건으로 갖가지 괴로움의 실존이 펼쳐지는 있음의 무대가 뒤따르게 된다. 집착이란 육체적·정신적 괴로움이 불타오르도록 만드는 연료에 비유되기도 한다(SN. II. 84-85).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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