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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힌두교 여성 수행자를 만나다

기자명 법보신문

손님에 대한 정성·겸허함은
해당 종교를 평가하는 기준

 

▲베단타 사원 입구.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달리 아침을 밖에서 많이 먹는다. 이른 아침이지만 시내곳곳의 식당이 열려있다.

 

오늘은 유도(Yudo)와 조타이(Jotai) 그리고 무진 스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러 나갔다. 특별히 유도가 아침 공양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점원이 밝은 미소로 상쾌하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자리를 잡고 한번 둘러보고는 내심 놀랐다. 벽에 여러 가지 그림들이 걸려 있는데 대부분이 불교적인 것이다. 부처님 두상만 있는 사진, 보살의 두상만 있는 그림. 왠지 낯설다. 우리에게는 경배의 대상인데 음식점 벽에 걸려 있다니 받아들이기 불편하다. 이것이 미국불교인가? 그들에게 붓다란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삶속에서 만나는 친구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 미국에서 단주를 차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불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의 지식층들이 불교를 수행하다보니 패션처럼 단주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나절이 지나 힌두교 베단타 협회로 출발했다. 무진 스님의 말에 의하면 여성힌두교 수행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힌두교의 남자수행자는 보았지만 여성수행자들이 있다니 놀랍다. ‘과연 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수행을 할까.’ 궁금했다.


영국인으로 수행자가 되어 헤드사두가 된 스와미 사라데쉬라나 (Swamy Saradeshprana)를 만날 예정이다. 지난번 무진 스님이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좋은 분”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신다.


협회는 헐리우드 언덕을 구불구불 올라가 경관이 아주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다. 초인종을 누르니 커다란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온다. 위아래 분홍색 옷을 입고 두건을 쓰고 있다. 특이하게 보여 그 복장에 관해 물었다. 원래는 분홍사리가 전통복장인데 서양사회에 맞게 분홍색 색깔의 옷을 만들거나 구입해서 입는다고 한다. 이곳의 내부는 마치 어느 궁전과 같다. 발아래 양탄자가 아주 부드럽다. 그녀는 우리가 온다고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고 차와 쿠키도 직접 구웠다고 한다. 최고로 좋은 쿠션의자에 앉기를 권한다. 그리고는 아주 정중하게 차담을 권한다. 우리에게 차와 샌드위치를 준비해주고는 젊은 수행자들이 우리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게한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서 그녀가 젊은 수행자들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지도자의 겸허한 모습을 볼 때 그 단체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그만큼 종교의 지도자는 참으로 중요하다. 사람들은 지도자를 보고 그 종교의 모두를 판단한다. 우리는 종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 이야기 했다. 종교적 지도자로서 겸손과 하심이 강조되어야 하지만 겸손과 하심을 강요하기에는 개인주의 문화를 가진 미국에 맞지 않아 어렵다고 한다.


나는 그들의 친절함과 배려에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친절이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곳 수행자들의 눈빛이 아주 맑다. 한국승복이 아름답다고 부러워한다. 손님에 대한 정성과 겸허함이란 그 종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원이 아주 아름다운 곳, 그녀가 저녁 예경에 참석하기를 권했다. 그녀의 대접을 잘 받고 나서 참석한 예불은 무척이나 경건하게 느껴졌다.


서점에 들려 몇 권의 책을 샀다. 그들은 석가모니를 그들의 한 신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불교서적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내겐 생소한 힌두교 여성수행자들을 만났지만 그들과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한 후로는 형제와 같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다음 생에 태어나도 힌두교 수행자가 되겠다는 말을 들으며 어느 종교든 수행자들의 마음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우 스님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각자 그들의 가르침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렇듯. 교류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행복이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모든 종교가 화합할 때 세계평화는 올 것이다. 나의 종교만이 옳다는 편협한 사상은 공존의 시대에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캘리포니아의 밤바람이 차갑지만 마음은 환희로 가득하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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