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종단의 개혁-13
57. 종단의 개혁-13
  • 법보신문
  • 승인 2012.10.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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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화에 적응토록 낡은 계율 조정
승단의 안정적 복지위해 ‘복지원’ 시급

아버지와 겸상을 하지 못하는데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엔 자율과 예(禮)를 앞세워야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엔 자유와 악(樂)를 더 앞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수염을 잡으면 후레아들이지만, 이를 할아버지에게 감행하면 재롱둥이다. 아버지가 엄하게 가르치지 않은 집안의 아이는 자유롭지만 예의가 없다. 반면에, 너무 엄하게만 가르치면 아이는 주눅이 들어 매사에 수동적이고 창조력도, 문제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가정구조 안에서 아버지는 예를 갖추게 하고, 할아버지는 그 예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한다.

승가도 마찬가지다. 예와 악, 자율과 자유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호법부의 독립, 내부시선의 시스템화, 사찰운영위원회의 상호 감시체계 확립, 문중과 계파에 따른 온정주의 타파, 자체 참회 및 정화운동, 범계 행위의 양형제 등은 자율과 예에 해당하는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자유와 악도 주어져야 한다. 스님들이 계율을 지키고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님들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계율을 현대 및 탈현대 문화에 맞게 조정하여 몇몇 낡은 계율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스님들도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새로운 승가 문화 창조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시, 노래, 악기 연주, 그림, 춤, 서예 등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고, 도박을 대체할 스님들의 놀이문화를 개발하며, 족구, 축구, 등산 등 스님들의 체육활동을 보장한다. 신도나 마을주민과 함께 정기적으로 이를 행하는 것도 절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형성에 좋다. 스님들의 취향과 능력에 따라 음악 감상 등의 취미활동도 장려하며,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찰이나 교구 안에 동아리를 만들고 취미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재정 지원을 한다. 아울러, 스님들도 이원화하여, 이판승의 경우 더욱 수행의 즐거움에 몰입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확립하고, 사판승의 경우 다른 즐거움도 누리는 것을 허용하되 일정 정도 이하의 소임만 갖도록 제한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승려복지제도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장이 없어 뜻있는 대중이 출가를 꺼리고 출가자는 삼보정재를 사취할 유혹을 받는다. 한번 출가하면 입적할 때까지 주거, 교육, 의료만큼은 무상으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억대의 재산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큰스님들의 참회와 결단이 필요하다. ‘사유재산의 종단귀속’을 성문화하여 귀속된 사유재산을 스님들의 노후복지와 교육기금으로 사용하자는 합의도 있었고, 사찰의 재정을 종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유재단의 종단 귀속은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가진 큰스님들이 실천을 하지 않음으로써 유명무실한 종법이 되었고, 종회에서 재정을 보고한 절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억대 재산을 가진 큰스님과 본사 주지들은 모든 사유재산을 종단에 헌납하고 이 정재는 승가의 복지비용으로 사용한다.

 

▲이도흠 교수

아울러 종단과 교구 차원에서 일정한 비율의 재정을 복지비용으로 적립하는 것을 종법으로 규정한다. 어느 정도 적립되면 노스님들이 거주할 공동주택을 짓고, 승단 안이든 밖이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학교에 등록을 한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그 비용을 종단과 교구의 복지기금에서 지출한다. 이를 추진하고 관리할 가칭 ‘복지원’을 포교원이나 교육원과 같은 위상으로 시급히 설립해야 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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