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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오랜 친구와의 관계

기자명 법보신문

나와 다르다는 편견이 거리감 원인

사람이 가진 덕은 다양해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관계가 변해도 솔직하다면
성숙한 만남 가질수 있어

 

 

▲히로나카 스님이 스님의 책에 대해 질문하는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Q. 오랜 친구와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23세 여대생입니다. 제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갔고 그 친구는 실업계로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다니고 있고 그 친구는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직장을 가졌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서로 다른 상황인 것을 받아들이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제가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그 친구가 저에 대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친구를 만나 학교 이야기를 하면 몹시 기분 나빠하며 부정적인 말로 제게 상처를 줍니다. 더 이상 친구와의 만남이 즐겁지 않고 점점 만남을 피하게 됐습니다. 그 아이와 나는 이제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친구에 대한 미련도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저와의 우정을 세월 운운하며 지키려 합니다. 막상 만나면 못된 말로 상처를 주면서도 제가 피하려고 하면 둘도 없는 오랜 친구라며 멀어지지 말자고 합니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싫기도 하고, 오랜 친구라고 해서 우정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도 듭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서로 생각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친해졌고, 저나 그 아이나 중·고등학교 때는 순한 편이라서 싸움 없이 그저 관계를 지속시켜 나갔죠. 그런데 지금은 만날 때마다 감정싸움을 자주 합니다.
이미 불편한 관계가 돼버렸는데 친구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아이는 나를 항상 불편하게 하면서도 친구로 지내고 싶은 모양이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3세, 대학생)

 


A.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형태의  ‘덕’이 있습니다. 보통 덕이 있는 사람이란 매사에 올바른 사람을 지칭합니다다. 덕이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다고 하지요. 그런데 덕은 사람다다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가정환경이나 자신의 노력으로 덕을 키우는 것을 ‘양덕(養德)’이라고 합니다.


오랜 친구와 학생은 어릴 때 서로 비슷한 ‘덕’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성장하면서 환경에 따라 서로의 ‘덕’이 점점 달라졌군요. 학생은 대학에 진학하고 친구는 지금 직장인으로 사회에 나가 일하고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앞으로는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서로의 ‘덕’을 키우면 되겠지요.


서로가 지니고 있는 ‘덕’에 차이가 생긴 것은 가정 환경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요. 어느 나라든 자식을 교육하는 일이 부모로서의 큰 역할입니다. 특히 경쟁사회 속에서 자식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판단할 때 부모님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이 차이가 생기지요. 학생 부모님은 학생에게 대학 공부를 시켜주셨고 친구 부모님은 고등학교를 나와 사회생활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느 쪽이 잘했다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님은 자기 자식을 위해 최선의 길을 선택하신 겁니다. 세상에는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도 계시니까요.


오랜 친구가 학생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자꾸 하는 것은 이유가 있지요. 바로 학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학생의 변화를 느낀 친구는 왠지 마음이 초조해서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아닐까요? 당연히 친구가 학생을 부러워하는 면도 있겠지요. 본인도 대학에 가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 마음은 학생 개인에게 느끼는 질투라기보다 대학생이라는 존재, 혹은 진학에 대한 질투심일 겁니다.


학생 마음속에도 직장을 다니는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있는 듯합니다. 직장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물어보기를 삼간다니 말이예요. 아니면 학생이라서 사회생활이 아직 현실적이지가 않아 친구의 일상에 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요? 혹시 경제적인 면에서 친구는 이미 어른처럼 돈을 벌지만, 학생은 아직 부모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에 위축되고 있는건 아닌지요?


나는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가 지니고 있는 ‘덕’의 수준이 달라지면 사람들은 헤어지거나 다시 만나거나 하기 마련입니다. 부부나 부모와 자식 간에도 그런 일이 흔하지요. 다만 가족이면 조상에 대한 제사를 모시거나 같이 절이나 교회를 다니면서 유대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기회가 있어서 같이 ‘덕’을 쌓을 수가 있는데,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일 경우 잘 안 만나게 되면서 마음이 점점 멀어져가지요. 그러다가 서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덕’을 키우며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져가기도 하지요.


오래간만에 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 서로 연락도 안 했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 가까워지는 예도 있지요. 학생도 앞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 혹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인생을 살다 보면 다시 옛 친구를 찾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 다시 사이좋게 지내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학생이 해야 할 일은 오래된 친구를 피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학생은 학교에 다니면서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학생 스스로 느끼는 그 즐거움을 친구에게 전달해보세요.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함께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친구를 만날 때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친구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있기만 하면 친구는 자꾸 학생에게 기대고 싶어 합니다. 정말 친구라면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하지요. 그런 식으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면 친구랑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친구는 학생 이야기를 듣고 “나도 앞으로 공부를 더 해서 대학에 다녀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 친구하고는 안 맞는구나”라고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때는 그때입니다. 시간이 지나 서로가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거든요.


▲히로나카 스님

지금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친구를 만나면 내가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하자.
2. 남은 학교생활에서 자신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적극 찾아보자.
3. 복잡한 인간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맡겨보도록 하자. 혼자 고민해봤자 풀기는 어려우니 너무 고민하지 않도록 그 생각에서 잠시 떠나보자.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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