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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지등왕 보살의 ‘지독한’ 물 절약법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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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비눗물로 화장실 청소-흰 옷 빤 물론 검은 옷 세탁

“옛 어른들은 수 백m 떨어진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드셨어요. 자연 물을 아껴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요즈음은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와요. 힘들이지 않고 물을 얻기 때문에 물을 아껴 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나름의 원칙으로 물 아껴 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노숙자(법명 지등왕·54·고양시 일산구 후곡 동성아파트)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왕 형님’으로 통한다. 이 아파트 704동 반장인 그녀가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물 아껴 쓰기’를 스스럼없이 권유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어야겠다”는 평범한 생각으로 시작한 게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매월 7∼8000원 아껴요”



노 씨 가족의 ‘제일 물 절약 장소’는 화장실이다. 물은 세수 대야에 받아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손이나 발을 씻고 난 물은 걸레를 헹구거나 화장실의 목욕통에 저장한다. 목욕통에 저장하는 이유는 변기통의 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이웃 새댁들에게 물 아껴 쓰라고 말해도 잘 안들어요. 자녀들에게 훼손된 자연 환경을 물려줄 것이냐고 타일러도 잘 안돼요. 가정 환경운동의 기본은 습관입니다. 물 아껴 쓰는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것이지요.”그녀가 빨래하는 시간은 다른 사람의 2배에 달한다. 노 씨는 세탁기에서 흘러나오는 비눗물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세탁 중간 중간에 세탁기를 멈춘다. “세탁기에 빨래를 할 때는 먼저 흰 빨래를 세탁하고 검은 빨래는 흰 빨래한 비눗물로 처리하면 효과적”이라고 강조하는 노 씨는 “검은 빨래를 한 비눗물은 다시 화장실 바닥을 청소하는데 사용한다”고 덧붙인다. 이런 지독스런 노 씨의 행동에 남편 이길룡(57)씨나 아들 기준-딸 은주 씨 등은 처음에는 ‘얼마나 아낄 수 있겠느냐’며 반기를 들었으나 차츰 노 씨에 동화돼 물 아껴 쓰기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녀의 물 아껴 쓰기는 부엌에서도 계속된다. 채소를 씻을 때나 음식물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물은 모두 큰 통에 받아서 사용한다. 쌀 씻은 물은 밀가루를 조금 더 섞어 설거지용으로 사용해 물이 쓸모 없이 버려지는 일을 최소한 줄이고 있다.



각 가정서 실천하면 가뭄 극복



이런 지독한 물 아껴 쓰기로 그녀는 한 달 평균 7∼8000원을 아낀다. 2∼3인이 생활하는 한 가정에서 한달 평균 10여 톤 이상의 물을 사용하지만 노 씨 가족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톤을 소비한다. 돈으로 해봐야 1만원도 안돼는 돈을 아끼는 일이지만 노 씨는 이런 물 절약을 모든 가정에서 실천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이번 가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4개월 째 계속되고 있는 ‘봄 가뭄’으로 인해 “물을 아껴 쓰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노 씨 가족이 실천하고 있는 ‘물 아껴 쓰기’는 어찌 보면 귀찮고 궁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늘 부족한 삶을 지향하는 불교의 수행자 정신을 바탕으로 노 씨 일가족의 ‘물 아껴 쓰기’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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