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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종단의 개혁-14

노스님 책임지지 않는 종단 미래 어두워
다양한 복지서비스로 수행환경 개선해야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노스님들의 복지다. 나름대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훌륭하게 포교하고 수행에서도 명성을 날린 스님조차 늙고 병들면 말 그대로 한 몸을 뉘울 집도, 절도 없다. 소임을 맡고 있거나 탄탄한 문중의 뒷배를 받지 못하거나, 힘 있는 제자를 두지 못한 스님은 의지할 곳이 없다. 찾다, 찾다 끝내 찾지 못한 스님은 사암을 두기도 한다. 사암도, 토굴도 얻지 못한 스님은 이리 저리 유랑하며 걸식이 아닌 걸식을 한다. 아무리 삶이 곤고해도 바라볼 별이 있고 기댈 언덕이 있으면 그나마 생을 영위할 수 있는 법인데, 한국 불교는 힘도 연고도 없는 스님들에게서 별도, 기댈 언덕도 빼앗았다. 노후가 걱정이 되니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노후를 대비하여 나름대로 준비를 한 스님은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스님은 속가를 기웃거리거나 삼보정재에 손을 뻗치기도 한다. 늙지 않는 스님은 없다. 희망이 없는 미래는 현재를 구속한다. 노스님들을 책임지지 못하는 한, 종단의 미래는 물론 현재 또한 어두울 수밖에 없다.


병도 마찬가지다. 몸이 병들면 수행이나 포교뿐만 아니라 도반이나 대중들에게 자비심을 내는 데도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적지 않은 스님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스님 가운데 기댈 언덕조차 없어서 유랑을 하다가 병을 얻으면 제주도 밤배를 타기도 한단다. 제주도를 향한 배가 아니라 물고기에 육보시를 하는 배란다. 이것은 정녕 구조적 폭력이다. J. Galtung은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과 함께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과 문화적 폭력(cultural violence) 개념을 설정한다. ‘구조적 폭력’이란 “(인간이) 지금 처해 있는 상태와 지금과 다른 상태로 될 수 있는 것, 잠재적인 것과 실제적인 것 사이의 차이를 형성하는 요인”(Violence, Peace, and Peace Research)이다. 이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고 (생존욕구), 보다 나은 삶을 살려하고(복지에 대한 욕구),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하고 (정체성에 대한 욕구), 모든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자유에 대한 욕구) 욕구들에 대해 “피할 수 있는 모독”을 가하는 것이다. 스님이 위암이 걸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다가 숨지면, 이것은 구조적 폭력이 아니다. 하지만, 간단히 수술만 받으면 날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는다면, 이것은 구조적 폭력이다. 종단은 언제까지 올곧게 수행과 포교를 한 스님들에게 구조적 폭력을 가할 것인가.


교육에서도 문제가 많다. 많은 스님들이 좀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은데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포기한다. 강원이나 선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스님들이 있지만, 일반 대학에서 특정 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하고 싶은 스님, 멀리 인도나 스리랑카, 때로는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좀더 불교를 심오하게 깨우치고 싶은 스님들이 후원자를 만나지 못하여 그 뜻을 꺾고 있다.

 

▲이도흠 교수

조계종단은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수좌회를 설립하고 거처할 곳이 없는 수좌 스님들의 열악한 수행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앞으로, 불교계 의료기관과 의료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불교노인요양원과 연계해 입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지만, 종단 산하에 복지원을 설립하고 종단 차원에서 복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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