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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음과 의식의 차이

기자명 법보신문

의식은 마음이 분별심 갖고 대상화하는 것
대상화 하기 이전의 모든 생명본능이 마음

“망심을 버리고 진리를 취함이여,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교묘히 거짓을 이루는 도다.”


불교를 가장 낮은 단계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불교는 여타의 종교처럼 한갓 도덕적 교설로서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불교를 그렇게 말함은 틀린 것은 아니로되, 부처님의 깊은 생각을 우리가 잘 못 이해할 위험에 빠지는 것이리라.


부처님의 교설은 인간으로 하여금 소유론적 차원의 생각을 존재론적 차원으로 전이하기를 종용하는 의미로 집약된다. 그러나 존재론적 차원의 일은 진리를 취하기 위하여 망심을 버려야 하는 그런 행위의 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은 망심을 버리기 위하여 진리를 취해야 하는 정반대의 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선을 취하고 악을 버리는 것과 같은 소유론적 차원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영가대사에 의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도덕에서 선을 취하기 위하여 악을 버리듯이, 망상을 버리고 진리를 취해야 하는 그런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일은 불교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불교의 진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노릇과 같다. 그래서 불교는 남들이 쉽게 생각하듯이 기독교나 유교의 교설처럼 선을 행하고 악을 버리는 그런 사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사상은 다만 도덕주의적인 수준의 교설에 자니지 않는다.


우리가 진리를 취하고 선을 취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에, 그 말은 진리와 선이 우리와 어떤 객관적 거리를 취하고 있고, 나는 그 선과 진리에 대하여 어떤 백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그런 상태로 백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 선과 진리에 대하여 그렇게 거리를 두면서 남아 있을 수 없고, 선과 악이나 망심과 진리에 대하여 그것들과 이미 어떤 교감상태에 젖어 있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마음은 진리와 망심 또는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떤 거리를 유지할 수 없고, 따라서 마음이 진리와 망심에 대하여 마치 진리와 망심이 마음의 대상이나 되는 것처럼 의지의 자유선택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이 인간만이 지니는 의식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생긴다. 미음과 의식은 다르다. 의식은 인간의 마음이 분별심을 갖고 대상화하는 활동을 말하고, 마음은 분별심으로 마음이 대상화하기 이전의 자연스런 모든 생명의 본능을 말한다. 따라서 의식은 작위적으로 취하고 버리는 행위를 말하나, 마음은 모든 생명에 흐르는 욕망과 다르지 않다. 마음은 곧 모든 생명의 자발적 욕망을 총칭해서 일컫는 말이고, 의식은 오직 인간의 의식을 지칭해서 말하는 의미임을 알아야 한다. 즉 마음은 우주론적이고, 의식은 인간학적이다. 쉽게 말하자면, 마음에 대하여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나, 동식물의 마음이나, 어떤 경우에 돌이나 물의 마음과 같은 경우에도 사용가능하지만, 의식의 경우에 그런 표현은 절대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에 관하여서도 적용된다.

 

▲김형효 교수

기독교는 인간학적인 종교이지만, 불교는 우주론적인 철학이고 종교다. 기독교는 신학적이라고 말하나, 기실 그 사상은 다 인간학적인 본질을 깊이 함축하고 있다. 신학적인 것이나 인간학적인 것은 결국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의식은 취사선택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마음은 자연의 욕망을 말한다. 마음은 내가 취하고 버리는 의식의 선택기능 보다 훨씬 더 선험적이고 자연적이다. 욕망은 버리고 취하는 의식의 선택보다 더 앞선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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